프리덤 앤 라이프 (Freedom And Life) - [단독] 문재인 대통령은 왜 대한민국을 배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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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칼럼]본질은 ‘문재인’이다
이기홍 대기자
입력 2022-10-28 03:00업데이트 2022-10-28 05:46
이재명 의혹들 중대하지만 국민적 요구인
‘文 정권 적폐 청산’의 본질은 아냐
司正기관만 의존 말고 국회 청문회 통해
5년간 의혹들 진실 규명하고 기록 남겨야
이기홍 대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온갖 의혹들이 진실의 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문제는 본질은 아니다. 혐의나 의혹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대선에서 과반수 국민이 염원했던 진정한 의미의 적폐 청산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뜻이다.
거물급 정치인의 위법 여부에 대한 진실 규명 차원으로서 중대한 사안이지만, 문재인 정권 5년간의 국익 훼손 의혹들과 비교하면 잡범과 조직범죄 집단의 혐의처럼 레벨이 다르다.
이 대표 문제는 사법의 영역에 맡겨 놓으면 된다. 수사기관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며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고,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하면 된다.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대표 문제를 마무리한 뒤 문 정권 청산으로 들어간다는 발상을 한다면 무책임한 업무방기다. 두 사안은 순차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동종 카테고리가 아니며, 시간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원전 강제폐쇄 등 문 정권 기간에 이미 불거진 의혹들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상태인데 정권교체 후 속속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되고 있다. 불과 5년간 이렇게 많은 해괴한 일들을 자행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대선 민의는 국가정상화였고,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문 정권의 불의와 불법에 대한 진실 규명과 청산이다.
여기서 말하는 청산은 문 정권이 자행한 것 같은 캐비닛 털이식 형사처벌·망신주기가 아니다.
온갖 패악과 국익 훼손이 어떤 경위로 벌어졌으며, 시스템상의 어떤 결함으로 인해 제어되지 못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국가 문서에 기록해 기억하는 의미의 청산이다. 이탈된 국가궤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진실규명이 목적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정책 같은 실정(失政)은 현실경제에 대한 무지, 이념적 경직성 때문에 빚어진 무능의 소치라 치자. 하지만 분명한 의지와 방향성을 갖고 추진했던 일들에 대해선 의도와 경위, 책임소재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삼불일한(三不一限)은 청와대와 외교부, 누가 어떻게 논의해서 어떻게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국가주권의 자진 반납성 훼손이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중국에 약속한 것은 무엇이고, 누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약속해 준 것인지… 낱낱이 밝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이미 국정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미국 같았으면 상원에서 몇 달째 매일 청문회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USB의 내용은 무엇인지, “북한의 NLL 인정” 발언의 진위는 무엇인지,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근거도 다 밝혀내야 한다.
육사 교과과정 필수과목에서 6·25전쟁사가 제외된 것도 다 맥이 닿아 있다. 이처럼 정권의 두뇌에 특정한 칩이 심어지면서 나라의 모세혈관까지 변질된 사안들이 숱하다. 칩의 실체와 작동기제를 규명해야 한다.
태양광 비리, 서해 월북몰이, 원전 폐쇄, 울산시장 선거 개입처럼 사법적 판단을 물을 수밖에 없는 사안 이외의 숱한 의혹들마저 다 사정기관의 영역에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문 정권 청문회’다. 국회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문 전 대통령은 국회에 나와서 설명하는 게 당당하다.
정치보복은 반복되면 안 되지만 5년 위임을 받은 정권이 나라의 정통성과 기틀을 허물고 사회 곳곳을 자기들 집단의 이권 네트워크로 변질시키려 했는데도 묵과해주는 전례도 만들면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와 공정이라는 나라의 기둥은 일개 정권이 마음대로 흔들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부 보수 시민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해준 인사권자에 대한 인간적 부채감에 영향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취약한 정치적 자본 때문에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면서 경제난, 협치 등의 핑계를 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협치를 위해 문 정권 청산을 안 한다 해서 좌파진영이 호응할까? 좌파진영의 사상적 맹주로 불리는 백낙청은 11일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까 일단은 성공하도록 도와줘야 된다’는 얘기는 촛불혁명 이전의 발상”이라고 했다.
상대 정권의 지지율이 낮다 해도 보수진영은 강제 퇴진 같은 발상은 하지 않는다. 좌우를 막론하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도 한국의 좌파집단처럼 촛불만능 발상을 하는 집단은 없다.
선악 세계관이 뇌에 박힌 상태에서, 민중이 원하면 헌법이 정한 임기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편리한 논리까지 장착한 그들은 선전선동과 군중 동원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며 정권을 마비시키려 할 것이다.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는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연금 노동 교육 공공부문 개혁과 더불어 문 정권 청산은 윤석열 정권 탄생의 근본 이유이며 소명이다. 원칙과 시대정신은 엿 바꾸듯 내줄 수 없다.
문 정권 5년간의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묻고 공식 기록으로 남겨두지 못하면 언젠가 정권이 교체됐을 때 역사는 또다시 왜곡되고 반복될 것이며, 소득주도성장 삼불일한 대북저자세 탈원전 등등 문 정권의 온갖 ‘적폐’들이 치적으로 포장돼 부활하려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