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앤 라이프 (Freedom And Life) - [특종] 대성학원 산하 이감 기업부설연구소, 병역법 위반·조세 포탈 혐의... 이감국어교육연구소, '수능 출제 유착'... 이감 김봉소, 김경수와 동문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07/25/77EJ6RHW4BH5HPU6OZQB7W4K7M/
[사설] 학원 돈 받은 교사들, ‘사교육 카르텔’ 빙산의 일각일 것
조선일보
입력 2023.07.25. 03:16
현직 고교 교사 130여 명이 대형 입시 학원으로부터 지난 10년간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것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한다. 130여 명 중 1억원 이상 받은 교사가 60여 명이고 최대 9억3000만원을 받은 교사도 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이들 교사들이 사교육 시장에 선을 대고 돈을 버는 열성 이상으로 자기 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은 현직 교사들이 어떤 일을 한 대가로 이 같은 돈을 받았느냐는 점이다. 우리 사교육 시장에서는 수능에 근접한 문제를 만드는 학원일수록 수험생이 몰려 큰돈을 버는 구조다. 수능 적중률이 높을수록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고액 수강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현직 교사들이 학원들을 상대로 수능 모의고사 문제 출제, 입시 컨설팅, 강의 등을 해주고 매년 돈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한다.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기에 이런 돈이 오갈 수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교사들 중에는 ‘수능모의고사 출제’와 ‘교육과정 연구’ 등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 참여했던 이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평가원은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대입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입시 학원들이 교사들을 통해 수능 출제 경향과 방향 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그 대가로 거액을 제공했다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의 일단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직 교사는 평가원 수능 출제에 참여할 경우 비밀 유지 서약을 하는데 이를 저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 학부모들은 이들이 수능 출제 경향만 아니라 교내 시험 문제 유출과 같은 범죄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수능만 아니라 내신 성적도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이 학교 시험에 대한 출제 경향이나 문제를 학원에 유출하고 학원이 일부 학생들에게 이를 전달했다면 차원이 다른 비리가 된다.
이 문제는 조사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입시 제도의 기본 원칙인 공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시대인재, 이강학원, 이투스 등 매출액 50억원 이상인 대형 학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이들과 교사들 연결 고리가 다 드러났다고 할 수 없다. 대상 학원을 더 넓혀 조사해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