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앤 라이프 (Freedom And Life) - [특종] 대성학원 산하 이감 기업부설연구소, 병역법 위반·조세 포탈 혐의... 이감국어교육연구소, '수능 출제 유착'... 이감 김봉소, 김경수와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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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도 킬러문항 의뢰”… 이제 와 말바꾸는 학원들
입력2023.07.25. 오전 3:05 기사원문
김연주 외 2명
속속 드러나는 ‘사교육 카르텔’
국세청 조사에서 현직 고교 교사들이 유명 입시 학원에서 거액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수능 출제진이었던 현직 교사들과의 관계를 부정해왔던 학원들은 24일 관련 사실을 시인하고 나섰다. 현직 교사들 중 일부는 입시 학원들의 모의고사 문제를 출제했다고 한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 일부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학원들은 “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문제를 만든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에서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수능 출제진을 섭외할 때 사설 모의고사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고리를 끊어야 수능 출제 작업에 참여한 교사와 이를 이용하려는 학원 간의 사교육 카르텔을 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시업체들은 이날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에 참여한다” “수능 출제 경력 있으면 더 의뢰가 많다”고 했다. 대형 입시업체 A사 관계자는 “모의고사 출제하는 데 교사들이 굉장히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보다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수능에 가까운 문제를 잘 만들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 기용한다는 것이다. A사는 지난달 “학원들의 수능 모의고사 킬러 문항 출제에 수능 출제진인 교수·교사가 참여하고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 “없다. 문제는 강사들과 대학생들이 만든다”고 답변했었다. 국세청 조사 결과가 나오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 업체뿐 아니라 입시 업체 ‘빅 3′로 꼽히는 B사와 C사 역시 지난달 본지 취재에 “수능 모의고사 문제는 주로 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출제한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B사, C사 역시 특정 교사에게 지난 10년간 많게는 9억원 넘는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에서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조사에서 지난 10년간 입시학원에서 3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경기 지역 수학 교사 A씨는 본지 통화에서 “수학 모의고사를 출제한 게 맞는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5~6년 전 평가원의 수능 6월 모의고사 출제 작업에도 ‘검토위원’으로 두 차례 참여한 적이 있다. 평가원은 자체 규정으로 수능과 수능 모의고사 출제·검토진을 섭외할 때 ‘최근 3년간 상업적 수험서를 집필한 사람’과 ‘입시학원이나 영리 목적 인터넷 방송에서 수능 특강한 적 있는 사람’은 배제하고 있는데, A씨 사례를 보면 제대로 거르지 못한 것이다. 평가원 측은 “본인에게 사설 수험서 관련 경력이 있는지 사실 확인을 하고, 평가원이 직접 검증도 하지만 수사권·조사권이 없어서 검증에 한계는 있다”고 했다.
A씨는 10년 전쯤부터 지금까지 입시 업체 두 군데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만드는 대가로 돈을 받았고, 현재도 문제를 납품하고 있다. 1년에 수학 모의고사를 6회 차 만들어주면 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지 않았다. 교사들은 영리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학교장의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 겸직 허가는 1년 단위로 받아야 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영리 활동을 하는 겸직 허가를 받은 교사는 전국적으로 7065명이고, 이 중 ‘자료 개발 및 출제’로 겸직 허가를 받은 사람은 204명이었다. A씨는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충남의 한 고교 교장은 “문제집을 집필하거나 다양한 문제 개발 업무를 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교장이 허락 안 해줄 때도 있고 껄끄러우니 겸직 허가 안 받고 그냥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경찰은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해 교육부로부터 총 4건을 수사 의뢰 받아 최근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강남의 한 유명 강사가 학원 수업 중 “수능 출제 관계자를 만났다”며 특정 문제 출제를 예고했었는데, 경찰은 실제로 강사와 출제위원의 만남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대형 입시 학원 강사가 수능·모의평가를 출제했던 현직 교사에게 수능 예상 문항을 반복적으로 사들인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이 교사가 수능 출제 참여 경력을 업체에 알렸을 경우 평가원과 맺은 비밀 유지 서약을 어긴 혐의를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학원 강사에겐 평가원의 수능 출제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교육부 수사 의뢰와 별개로 경찰은 자체 첩보 수집 활동을 벌여 사교육 카르텔 의심 정황을 추가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세청의 입시 학원 세무조사와 관련해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