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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 칼럼] 문재인 청와대가 부동산 적폐다
공공 주도? LH로 파탄 났다… 적폐 주도 대책이다
이왕 막가는 것, 후임 국토부 장관은 김의겸씨가 어떤가


2019년 4월 청와대 재직 중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김의겸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2년이 지났다. 고발한 시민단체에 연락하니 담당자까지 바뀌어 진척 상황을 들을 수 없었다. 검찰에 물었다. “다른 일이 많아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했다. 수사를 시작했는지조차 분명치 않다.

정부가 땅 투기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 LH 직원은 20명, 이외의 수사·내사 대상자는 100명에 이른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김의겸씨보다 무겁지도 않다. LH 직원 20명이 산 땅은 경기도 광명, 시흥 지역이다. 예전부터 신도시 후보로 거론돼 투기 수요가 많았다. 그들이 비난받는 것은 신도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LH 내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천하의 악당으로 몰려 수사를 받고 있다. 여론이 법을 삼키는 한국적 환경에서 그들은 이 위기를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의겸씨는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전 재산과 은행 빚 10억원을 쏟아부었다. 동생까지 같은 지역에 9억원을 넣었다. 이런 경제 행위를 투기라고 한다.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그는 전북 군산에서 자랐다. 서울 안암동에서 대학을, 만리동 고개에서 직장을 다녔다. 전세 보증금까지 빼 투기하고 청와대 관사에서 살았다. 흑석동 정보는 어떻게 얻었을까. 보통 사람이면 불가능에 가까운 10억원 대출은 어떻게 일으켰을까. 청와대 정보망은 사통팔달이다. 정보를 흡수하는 권력의 중력은 무한하다. 이 정보를 취재하려고 기자 345명이 들락거린다. 김의겸씨는 “아내가 다 했다”고 했다. 이 한마디로 법적 추궁을 면제받고 있다. LH 직원들은 아내가 없어 저 수모를 당하는 것일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LH 파주사업본부 직원의 이야기가 안타깝다. 그는 5년 전 파주에 땅을 샀다. 대규모 택지지구와 관계가 없고 농사 이외에 쓰임새가 없는 맹지라고 한다. 5년 동안 시세가 오르지 않았다. 적어도 ‘농부 문재인’만큼은 농부답게 농사를 지었다. 자신의 책임 지역에서 땅을 샀다는 두려움이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김의겸씨가 청와대를 떠나는 날 식사를 같이하며 “어디서 살 거냐”고 걱정했다. 김의겸씨는 곧 국회의원이 된다. 뻔뻔스럽게 버틸수록, 적반하장으로 대들수록 잘되는 세상이다. 문 정권 4년이 그랬고, 이 정권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 그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적폐의 구체적인 내용이 모호하다. 본인도 모를 것이다. 남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꺼내든 정치적 수사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식은 다르다. 권부에 앉아 투기에 뛰어든 김의겸씨, 공직을 버리고 강남 2주택을 지킨 김조원씨, 김의겸 파문으로 청와대가 뒤집어졌을 때 태국에서 양평동 집을 사 1억4000만원을 번 대통령 딸 문다혜씨, 그리고 규제와 선동으로 일사천리 집값을 폭등시키는 정책을 국민은 부동산 적폐라고 한다. 청와대 자신이 적폐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LH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은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니다. 국민은 김의겸씨를 볼 때부터, 청와대의 엉터리 정책이 집값을 수직 상승시킨 순간부터 해결책을 요구했다.

LH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대단한 조직이 아니다. 침략 전쟁 때 주거 관리를 위해 급조된 일제의 잔재에 불과했다. 패전 후 일본에선 해체된 조직이 한국에선 살아남았다. 권위주의 시대 정부 주도의 도시 개발이 마무리될 무렵,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최소한의 공공 영역으로 기능이 축소돼야 했다. 이런 구시대 조직이 문 정권의 이해 덕분에 커졌다. 문 정권은 규제 완화에 대한 자기편의 반발을 마사지하기 위해 공공(公共)의 이름으로 LH를 끌어들여 버거운 권한을 부여했다. 정책 실패를 분칠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주도형 부동산 공급 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도시 정보만으로 난리가 났다. 대통령 말대로 정책이 실현되면 LH는 민간 재건축, 재개발 사업권까지 가져간다.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로 찍은 LH가 부동산 시장의 풀뿌리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미세 혈관에서 일어나는 부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공공 주도 같은 소리는 집어치워라. 적폐주도형 대책이다. 이왕 막가는데, 후임 국토부 장관은 김의겸씨가 어떤가.

문 정권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 공급을 유도하면 그만이었다. 이걸 절대 못하겠다고 4년 동안 온갖 잡술(雜術)을 동원해 한국 부동산 시장을 부정과 꼼수, 거품과 가렴주구가 가득한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아집이 초래할 한국 경제의 비극을 걱정한다. 5년 동안 쌓이면 폭발하고, 폭발하면 파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3/17/2VZPRVXYBBDUJPA72K6YKBWV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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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한번 마음먹으면 잘 바꾸지 않는 편이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마음을 돌리는 딱 하나의 마법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는 표현이다. 14년 전 ‘친노 폐족’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것이다. 어제 문 대통령이 “LH 사태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민변·참여연대의 폭로 2주 만에, 그리고 9번째 공식 언급 만에 처음 나온 사과다. 누군가 “LH 사과 없이는 서울·부산시장 선거 힘들다”고 건의한 게 아닐까 싶다.

LH 사태, 조국 사태와 너무 달라
진보쪽 물타기·진영 대결 안 통해
양산 사저 비판과 대통령 과민반응
한국판 엘란데르 기대는 사치일까

LH 사태는 조국 사태와 비교하면 전혀 딴판이다. 예전 같으면 진보 쪽의 ‘물타기 신공’과 진영대결로 간단히 제압했을 것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라디오에 나와 “보수 정부 때도 부동산 투기했는데 우리만 억울하게 당한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 김어준 씨가 “뭔가 냄새가 난다”는 음모론으로 맞장구쳤을 것이다. 유시민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동양대 컴퓨터 증거 인멸에 대해 “오히려 검찰이 장난 못 치도록 한 증거 보전”이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재벌 같은 민간 부동산 투기보다 차라리 공기업 LH 직원의 투기가 훨씬 낫다”고 우겼을지 모른다.

청와대와 민주당에 LH 사태는 고약하기 짝이 없다. 같은 편인 민변과 참여연대가 폭로했기 때문에 반격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2020년 신년사)” “부동산 하나는 자신 있다. 미친 전·월세도 우리 정부에는 없다(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는 문 대통령의 허풍은 역풍이 돼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좌파 진영의 유시민·김어준 같은 선수들부터 입을 다문 채 숨죽이고 있다. 여기에다 문파들도 코로나 19 때문인지 몸조심하는 눈치다. 이번 LH 사태에서 레임덕의 불길한 징조가 어른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몰려나와 “내가 변창흠이다”“우리가 LH다”고 외쳐댔을 게 분명하다. 지금은 오히려 정반대다. 인터넷에는 “코로나 아니었으면 주말마다 촛불 집회에다 탄핵이지. 코로나 때문에 산 줄 알아라. 아, 그래서 코로나 백신도 제대로 안 들여왔나”고 조롱하는 보수 쪽의 댓글로 넘쳐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다음 달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분노를 달래기에 쩔쩔매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은 대통령 가슴만 뛸 뿐이다. 서울에서 공공 위주의 주택 공급 방안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안철수·오세훈 후보가 단일화하면 여당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뒤진다. 여권은 허경영식의 무데뽀 공약이 부러울지 모른다. 이를테면 부산에 화끈하게 ‘1+1의 신공항 2개’를 선사하고, 서울에는 ‘전 서울 시민의 LH 직원화’ 같은 파격적 공약의 유혹 말이다.

친문들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최후 방어선을 문 대통령과 양산 사저로 후퇴시켰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보수야당이 ‘봉하마을=아방궁’ 프레임을 문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운다”며 반발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명박 사저인) 강남 1평과 시골 양산 1평이 같냐”고 반격했다. 하지만 워낙 수세에 몰려 주군을 지키기도 버거운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 비판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 한 것은 과민 반응으로 보인다. 국민들 입장에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남 사저와 면적이나 가격 따위를 따지는 게 아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온 사회를 고통과 분노 속에 몰아넣고, 나 홀로 편안하게 양산 사저로 돌아가려는 느낌 자체가 불편한 것이다. 이제라도 “농지 형질 변경 등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잡겠다”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다.

퇴임을 1년여 앞둔 문 대통령이 눈여겨보았으면 하는 인물이 있다. 스웨덴의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다. 다음은 이정규 스웨덴 대사가 얼마 전 SNS에 올린 내용이다.

“그는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23년간 총리를 하면서 각계각층 인물들과 스스럼없이 만나 대화와 타협을 했다. 11번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권력의 절정에서 물러났다. 1969년 득표율 50%를 넘는 압승을 거두자 ‘지금은 새 인물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걸어 내려왔다. 그는 총리 관저에서 공식 집무만 보고 임대주택에 거주했다. 막상 총리에서 퇴임하자 살 집이 없었다. 이를 안 국민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별장을 지어주었다. 55년간 해로한 부인 아이나도 검소했다. 남편이 총리였지만 고등학교 화학교사를 계속했다. 그녀는 남편이 퇴임한 후 한 뭉치의 볼펜을 들고 총무 담당 장관을 찾아가 건네주었다. 볼펜에는 ‘스웨덴 정부’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총리 때 쓰던 볼펜인데 이제 정부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 스웨덴을 국빈방문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 국민이 가장 존경한다는 엘란데르 이야기를 접하지 않았을 리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탄핵당하고 감옥 가는 비극을 지켜보았다. 이제 우리도 한 번쯤 엘란데르처럼 멋진 뒷모습의 퇴임 대통령을 가져보고 싶다면, 지나친 사치일까.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이철호 칼럼]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는가
https://news.joins.com/article/24013534?cloc=joongang-home-opinioncolu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