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국가 지도자는 어떤 경우에도 임시변통(臨時變通)으로 곧 거짓말로 판명될 말을 해선 안 된다. 국제정치학자 미어샤이머는 국내 정치에서 거짓말을 일삼던 지도자도 국제 관계 영역에선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동맹국과 적대국이 동시에 그 발언의 진위(眞僞)를 검증하기에 거짓말로 오래 버텨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과 국제 감각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에 대한 미국의 신용을 높여 미·북 직접 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게 하려는 뜻도 담겨 있는 듯하다.
한국과 북한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미국 국민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은 기억하고 있다. 호텔 복도의 정치 선전 포스터를 뗐다 해서 체제 전복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식물인간이 돼 미국으로 송환되는 모습을 TV 중계로 지켜봤다. 웜비어는 송환 6일 만에 죽었다. 대통령 의도대로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의 김정은에 대한 신용이 높아졌을까. 아마 대통령의 평판만 떨어뜨렸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 마음은 흑색선전·선심 공세 때로는 거짓말로 얻을 수도 있다. 선거를 8개월 앞두고 벌써 흙탕물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나 다음에도 국내 정치에서 하던 습관대로 세계를 만만하게 보는 우물 안 대통령을 뽑으면 나라가 정말 위태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