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3649476
[논설실의 뉴스 읽기] 中 대사 입국은 불허, 밀수꾼은 사살… 北 2년째 ‘방역 감옥’
[北, 19년만에 ‘돈표’ 발행… 주민 보유 달러 반강제 흡수]
경제가 최악이면 그 나라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코로나 봉쇄와 제재로 ‘고난의 행군’급 경제난을 겪은 북한에서 원화(북한 돈)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의문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작년 10월 1달러당 8000원이던 북 환율이 지금은 5000원이라고 한다. 위안화도 1200원에서 700원이 됐다. 북한 민간이 보유한 달러와 위안화를 누가 흡수하고 있나.
북한 정권이 19년 만에 ‘돈표’를 발행했다고 북 전문 매체들이 보도했다. 평양 개선문 등이 그려진 실물도 공개했다. 외화를 장마당에서 바로 쓰지 말고 ‘돈표’로 바꿔 사용하라는 것이다. 작년 말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 시내 상점들이 달러나 외화 선불카드 대신 북한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달러, 위안화 사용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무역이 차단된 북 주민이 장마당에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사려면 보유한 외화를 ‘돈표’와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1달러가 8000원에서 5000원이 되면 북 정권은 3000원을 앉아서 먹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봉쇄가 장기화하면 북 정권의 외환 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예전처럼 주민이 가진 외화를 강제로 뺏을 수도 없다. 그러니 19년 전 ‘돈표’를 다시 꺼낸 것이다. 북한 돈이 달러로 대체되는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 심화할수록 김정은이 강조하는 자력갱생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은 코로나를 계기로 주민들 달러를 긁어가면서 북한식 화폐 경제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세계은행’도 잘 모르는 김정은 체제의 경제 실험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ahny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