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축배 들 상황 아니다"…李, 尹에 10%p 앞서고도 못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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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22.01.02 16:53
업데이트 2022.01.02 17:06
“축배를 들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한 핵심 의원이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10%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과 관련해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이다. 그는 “앞서고 있긴 하지만 선거가 두 달 넘게 남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변화가 적지 않을 수 있다. 더 착실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으로 윤 후보가 주춤하는 사이 격차를 크게 벌렸다. 방송 3사가 지난해 12월 29~31일(SBS는 30~31일)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34.9%-26.0%(SBS·넥스트리서치), 38.5%-28.4%(MBC·코리아리서치), 39.3%-27.3%(KBS·한국리서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사람의 격차는 8.9%포인트(SBS), 10.1%포인트(MBC), 12.0%포인트(KBS)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그러나 민주당에선 “4자 구도에서의 목표치인 40%대 초반을 넘는 건 여러 변수가 많아 쉽지 않을 수 있다”(선대위 부본부장급 의원)는 말이 나온다.
20대·여성·부동산…“플러스알파 요인은 아직”
40%대 문턱까지 올라온 이 후보 지지율은 정권연장론을 흡수한 결과다.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정권연장론은 각각 38.7%(SBS), 43.5%(MBC), 41.7%(KBS)로 이 후보 지지율과 비슷했다. 지난달 말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탈당 인사의 일괄 복당 결정, 이낙연 전 대표와의 ‘명·낙회동’ 등을 통해 ‘민주당+범진보진영’을 결집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연령·계층·성별이 여전히 이 후보에 유보적이어서 40%를 넘어서는건 만만찮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2일 “이 후보에겐 4단계의 ‘지지율 허들’이 있는데 민주당 결집을 통한 35%선과 정권재창출 여론을 모은 37%선은 현재 넘어선 상황”이라면서도 “40%대로 올라서기 위해선 2030과 여성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들은 여러 후보에 지지세가 흩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이 후보는 18~29세에서 21.9%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이는 그가 얻은 연령대별 지지율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또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는 남성에게선 44.5%의 지지를 받았지만, 여성에게선 34.0%의 지지만 받았다.
중산층 표심이 움직이지 않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선대위 부본부장급 의원은 “이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일시 완화 등 정책 변화를 시도했지만 중산층은 ‘한번 두고나 보자’며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안철수…야권 단일화 우려 커진 與
윤석열 후보의 하락세와 맞물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것도 변수로 등장했다.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7.8%(SBS), 8.1%(KBS), 8.4%(MBC)였는데 지난해 12월 초 5%대보다 꽤 올랐다.
민주당에선 “안 후보가 10%대 중반대까지 올라서는 건 시간문제다.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친문 초선)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대·중도에게서 일정 부분 지지를 얻는 안 후보와 윤 후보가 만약에 ‘야권 단일화’를 이룰 경우 정권교체론과 결합해 폭발력이 커진다는 판단이다. 이에 여권에선 이 후보가 통합정부론 등 거대 담론을 통해 정권교체론을 완화하는 등의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야권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 후보가 연정 혹은 통합정부론를 꺼내면서 자신의 다소 독선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한편 비(非)민주당 진영에도 문을 열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