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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칼럼]단순 단일화 넘는 尹-安 공동정권 외엔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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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대기자
입력 2022-01-07 03:00업데이트 2022-01-07 03:08
尹, ‘무식’ ‘자질 부족’ 이미지 벗으려면 李와 주제별 무제한 맞짱토론 벌여야
野 단일화는 지분 반씩 갖는 공동정권 해야 단일화 성사 가능성과 지지자 흡수율 높아져
이기홍 대기자##장면 1. 2021년 11월 5일 늦은 밤 서울 송파구 홍준표 의원 집 앞.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벨을 눌렀다. 그날 낮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윤석열이다. 검은 비닐봉투에서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꺼낸 윤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홍 의원에게 다가앉는다. “형님, 도와주십시오. 제가 국정을 뭘 알겠습니까. 형님이 함께 끌어가 주십시오.”
##장면 2. 2021년 12월 26일. 김건희 씨의 사과 회견 몇 시간 후 윤 후보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 정도 사과로 국민들이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모든 잘못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물론 더 큰 매를 맞아야 할 대상은 접니다. 제 주변 허물에 무른 잣대를 들이대며 변명하려 했습니다.”
물론 허구의 장면들이다. 현실 속의 윤 후보는 반대로 행동했다. 이런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 후보 교체론이 거론될 만큼 벼랑 끝에 섰다.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윤석열의 정치생명은 소멸한다. 물론 김종인 이준석도 마찬가지다. 자멸의 낭떠러지로 뒤엉켜 내달렸다. 사실 김, 이의 소멸은 국민 입장에선 별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윤의 정치적 소멸은 국민 과반의 정권교체 열망을 좌절시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앞날을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 넣고, 좌파권력이 저지른 온갖 부도덕과 무능이 정의로 둔갑해 정의와 불의가 거꾸로 되는 엄청난 결과를 뜻한다.
윤석열이 새 출발을 외쳤는데 그것만으로 회복이 가능할지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들 회의적이었다.
흔히 거론하는 윤의 추락 요인은 당 내분, 가족 리스크, 비전 제시 부재, 말실수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세 가지를 추가했다.
첫째, 용인(用人)술이다. 그러지 않아도 특수부 검사 이미지가 약점인데 계속 검사 출신을 중용하고 주변엔 강성들을 포진시킨다.
이준석과 윤 측근 갈등은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잿밥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을 차지했지만 대표의 결재권이 껄끄러운 측근들과, 리더십의 ‘ㄹ’자도 체화하지 않고 내분(內紛) 생중계 능력만 과잉 섭취한 대표 간의 이전투구다. 그래도 자기 애와 이웃집 애가 싸우면 일단 자기 애를 먼저 혼내는 게 문제를 푸는 상수(上手)다.
김종인 및 이준석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상반된 방향의 의견이 난무한다. 나름대로 다 논거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리더가 정확한 나침반을 갖는 거다. 선거전에서의 나침반은 승리라는 북극을 정확히 향해야 한다. 그것은 외연의 확장, 덧셈의 정치다.
필자는 김종인이나 이준석의 득표력을 대단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를 깨는 ‘감표력’은 상당하다. 돈 풀기와 네거티브를 앞세운 좌파진영이 진군해 오는데 굴 밖과 굴 안에 내부 저격수까지 생겼다.
둘째, 정치조직을 잘 모른다. 갈퀴로 긁듯이 사람을 모아 자리를 나눠줬다. 쇼윈도에 마네킹 내거는 방식으로 외연이 확장되고 캠프가 굴러갈 거라 착각한 것이다.
셋째, 정치판을 잘 모른다. 그동안 국민의힘 일선 조직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파다했다.
그 원인 중 하나였던 최측근 사무총장 체제는 일단 해체됐지만, 또 하나의 원인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김한길 영입은 대선 승리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빼오는 정계개편 구상의 산물이라는 게 진실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정치권에 팽배한 분석이었다.
대선 승리 후 다른 당 현역의원이 합류하면 지역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순간 당협위원장들이 뛰고 싶겠는가. 당선 후 해야 할 일을 선거 때 꺼낸 정무감각 결핍의 소치다.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이재명 후보와의 무제한 맞짱토론이다. TV가 시간이나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제한이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매일 저녁 주제별 토론을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경제 복지 권력구조개혁 등 세세한 주제 단위로 시간제한 없이 토론해야 한다. 지금 같은 추락 상황에선 번지르르한 공약 발표나 행사장 발언만으로는 ‘무식’ ‘준비 안 된 후보’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렵다. 소극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수하고 콘텐츠가 달려도 진정성과 방향성으로 승부하면 승패는 어찌 될지 모른다.
더불어 성사시켜야 하는 카드가 안철수 후보와의 공동정권이다. 그냥 단일화가 아니라 반반씩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어느 쪽이 단일 후보가 되든 국정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그냥 단일화로는 서로 양보를 얻어내기도 난망하지만, 설령 단일 후보가 된다 해도 ‘자질 회의론’등에 빠진 중도층이 쉽게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함께 끌어가겠습니다” 외치며 공동유세를 다녀야 한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종필의 지지율은 투표일 54일 전 조사에서 3%에 불과했지만 DJ는 총리와 경제부처를 다 내줬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