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공동정부 합의 문서화 후 단일화 여론조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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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기사목록프린트스크랩글자 크게글자 작게
⊙ 공동정부 문서화했던 1997년 DJP연대는 성공… 공동정부 약속 없던 2002년과 2012년 단일화는 실패
⊙ 지지율 30%대에 갇힌 이재명… 한때 윤석열 앞섰던 것은 尹의 失點으로 인한 반사이익이었나?
⊙ 2030, 능력·경험보다 정책공약에 더 관심… ‘킬러공약’ 없는 윤석열 불리
⊙ ‘공정의 가치 잘 실현할 후보’로 안철수가 윤석열·이재명 앞서

金亨俊


1997년 DJP연대 당시 김대중·김종필 두 사람은 김대중 후보 단일화에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서로 합의했다. 사진=조선DB
올해는 대한민국이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올해 치러지는 대선(3월 9일)과 지방선거(6월 1일) 결과가 이런 대전환의 방향과 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양대 선거는 향후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선 대공황 시절에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와 뉴딜 정책을 내세워 승리한 1932년 대선이 중대 선거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 이후 약 30년간 민주당 우위체제가 지속되었다. 올해 대선 결과, ‘민주당 집권 20년 체제’가 형성될지 아니면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어 새로운 정치 변동이 일어날지 최대 관심사다.


국민의힘 내홍과 봉합


지난 1월 6일 윤석열 후보는 퇴출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조선DB
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2022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과거 10%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앞서가던 윤석열(尹錫悅)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추월당한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대선 판세가 이재명 후보 우세로 바뀐 것에는 2030세대 표심(票心), 중도층, 자영업자층에서의 변화가 가장 컸다. 위기감을 느낀 김종인(金鍾仁)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월 3일 윤 후보도 몰랐던 “선대위 전반적인 개편 단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예상을 깨고 김 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1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대본부장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세대가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무형으로 바꿔야겠다”고 했다. 그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결별을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해체 다음 날 선거대책위원회 운영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면서 국민의힘 내분을 극적으로 봉합했다. 윤 후보는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추진 중인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호소했다. 의원들의 사퇴 요구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이 대표는 이날 윤 후보가 보여준 ‘포용의 리더십’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런 극적 봉합은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다움’의 회복

하지만 이번 봉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준석 대표가 끊임없이 자기중심의 정치에 매몰되어 있고 당 대표 권한과 후보의 당무(黨務) 우선권 간에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홀로서기’ 결정은 대선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줄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첫째, ‘윤석열다움’의 회복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결별 직전 “(윤석열)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다”고 공개 석상에서 발언했다. 의도야 어떻든 이 발언으로 대선 구도가 ‘이재명 대(對)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대 김종인’ 구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구나 선대위 해체와 같은 중대한 사항을 윤 후보에게 사전 동의 없이 패싱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종의 ‘쿠데타’로 인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선거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전격적 결별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윤석열이 주도한다’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둘째, 선대본부의 안정화다. 바야흐로 ‘이재명 원톱 대 윤석열 원톱’으로 승부를 겨루게 됐다.


이재명 후보는 작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모든 세력을 아우른 대규모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대위 출범 한 달 만인 12월 2일에 선대위를 본부 16개에서 6개로 통폐합하고 조직 슬림화·기동성에 방점을 두면서 총괄본부장도 두지 않는 이재명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윤 후보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전환함과 동시에 후보와 선대위 간의 소통을 강화시킬 수 있다.

셋째,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한 선제적(先制的) 대응이다. 안철수(安哲秀) 후보와의 연대(連帶) 없이 정권 교체가 힘들 경우,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이런 걸림돌을 미리 제거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민심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JTBC·글로벌 리서치 조사(1월 5~6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선대위를 해체하고 실무형 선대위로 개편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다’가 51.7%로 ‘잘못한 결정이다’(32.7%)를 앞섰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 59.9%, ‘부정 평가’ 26.1%로 나타났다.


‘골든크로스’ 아니라 ‘데드크로스’였나?

윤석열 후보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 선대위 해체,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미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핵심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30%대’ 박스권에 갇힌 채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후보 지지는 국민의힘 내홍(內訌)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작년 11월 말부터 36%로 변동이 없다. KSOI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오히려 3.4%포인트 하락했고,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2주 만에 7.1%포인트 하락했다. 한때 이 후보 지지율 역전(逆轉) 현상은 이 후보의 득점(得點)에 따른 ‘골든크로스’라기보다는 윤 후보의 실점(失點)으로 인한 ‘데드크로스’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장성이 약한 이 후보의 지지율도 상황 변동에 따라 깨지지 쉬운 크리스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둘째,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가 서서히 반등했다. 작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 4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연초 신년 조사에선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최악의 상황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가 얻었던 24%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은 대위기였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갤럽 직전 조사(12월 셋째 주) 대비 윤석열 지지도 하락은 보수층에서 17%포인트(66% → 49%), 줄곧 강세를 보였던 서울에서 14%포인트(40% → 26%) 추락하면서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정치 고(高)관심층에서 13%포인트(44% → 31%), 20대에서도 9%포인트(19% → 10%) 하락했다.



윤석열 하락 이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후보자 자신의 말실수, 배우자의 경력 및 학력 부풀리기 의혹, 선대위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이준석 대표가 보여준 돌출 언행(言行)과 내부 총질의 기이한 행태 등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 리스크로 인한 자신의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인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훼손되었고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정책과 공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1월 1주 조사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때 유권자들의 중요 고려 요인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능력·경험’ 30%, ‘정책 공약’ 24%, ‘도덕성’ 19%, ‘소통/화합’ 15%, ‘소속 정당’ 5%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20대와 30대의 경우, 정책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4%와 35%로 능력·경험(20대 23%, 30대 26%)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이들 젊은 세대를 위한 킬러 공약이 없었다. 이를 의식해 다양한 청년 정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말하는 2030 청년세대에는 여성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사병 월급 200만원 등 남성친화적 공약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반대로 젊은 여성들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가령, KBS·한국리서치가 2030세대만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7~9일) 결과, 30대 여성의 경우 이재명 33.9%, 안철수 21.2%였지만 윤석열 지지는 14.3%에 불과했다.

그런데 선대위 해체 이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제친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다만, 윤 후보가 확실한 반등세인지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야권에 다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ARS 방식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반등세가 확실하지만, 여권의 수치가 잘 나오는 가상번호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지지율 상승이 아직 확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

셋째,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이다. 마(魔)의 15%대를 넘었다. 한국갤럽 12월 3주 조사(14~16일)와 비교해 올해 1월 1주 조사(4~6일)에선 10%포인트 상승했다. 보수층(4% → 17%)과 중도층(7% → 22%), 20대(9% → 23%)와 30대(4% → 18%)에서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기록했다. 무당층(9% → 20%)에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연금개혁과 같은 미래 의제 선점, 사법·가족 리스크가 없다는 점, 경제·과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 등을 인정받아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4~6일)에서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안 후보가 38%로 가장 앞섰고 뒤를 이어 이재명 36%, 심상정 30%, 윤석열 2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와 비교하면 안 후보는 25%에서 38%로 크게 뛰어올랐다. 신년에 YTN·리얼미터가 2030세대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3~4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재명이 33.4%로 가장 높았고, 안철수 19.1%, 윤석열 18.4%로 뒤를 이었다.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는 0.7%포인트였다.

‘가장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냐’고 물은 결과, 윤석열 후보가 4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재명 36.2%, 심상정 4.5%, 안철수 2.8%, 김동연 1.0% 순이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후보로 안철수 후보(22.2%)가 윤석열 후보(14.9%)를 크게 앞선 것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안 후보(25.1%)가 윤 후보(12.1%)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이재명 후보(16.6%)보다도 많았다.


‘안철수의 시간’ 다시 오나?

그렇다면 안철수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안철수의 시간’이 다시 도래될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2017 대선 사후에 실시한 조사와 2022년 신년에 조사한 결과를 비교하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대선과 비교해 안철수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0%포인트와 5%포인트 더 많이 얻은 반면, 수도권에서는 더 적게 받았다. 서울 지역(23% → 14%)에서는 9%포인트, 인천·경기 지역(20% → 15%)에서 5%포인트 덜 지지를 받았다. 다만, 보수층과 중도층에선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받은 반면, 진보층(15% → 8%)에선 7%포인트 낮았다.

이런 비교・분석을 통해 추론(推論)해 보면,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2030세대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수도권에서 반등하면 지지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후보가 극적으로 선대위 해체 국면을 봉합하고 정책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만큼 2030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면서 안 후보는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호감도와 지지율 흐름상으로 볼 때 안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주저앉기보다는 당분간 1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2022년 대선에서 남아 있는 최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는 거의 모든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다.

지금은 윤석열, 안철수 누구도 후보 단일화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월 1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야권 대표 후보로 나가야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선거구도가 ‘1강(이재명) 2중(윤석열·안철수)’ 또는 ‘2강(이재명·윤석열) 1중(안철수)’으로 고착화되면 야권 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10%대 지지를 유지하면, 단일화는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된다. 2017년 대선 때 중도(안철수)와 보수(홍준표)가 분열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 결과, 정권은 진보(문재인)에게 넘어갔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DJ)과 김종필(JP)은 11월 3일 대선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대중으로 대선 후보를 단일화한 뒤 김대중이 당선될 경우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DJP연대에 합의했다. 대통령은 국민회의가, 총리와 경제 각료는 자민련이 나눠 갖는 권력분점형선거연합이었다.

연대 직전 여론조사(10월 27일)에서는 김대중 34.3%, 이회창 10.5%, 이인제 21.9%, 조순 4.7%, 김종필 2.9%였다. 당시 보수 세력이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열되어 DJ가 압도적인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DJP연대를 하게 된 배경은 김대중 비자금 조성 의혹 때문이다. 대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김대중 후보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대중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DJP연대를 성사시켰다. 최종 대선 결과는 DJ가 40.3%의 득표로 이회창(38.9%)을 약 39만 표 차이(1.6%포인트)로 누르고 당선됐다.




노무현의 起死回生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 간의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였다. ‘2강(이회창·정몽준), 1중(노무현)’이었던 10월 선거구도는 11월에 들어서면서 이회창(1강)의 지지율은 30%대, 정몽준(1중) 지지율은 20%대, 노무현(1약) 지지율은 10%대로 고착화되는 양상이었다. 가령, 코리아리서치 조사(11월 6일)에서 이회창 31.0%, 정몽준 22.4%, 노무현 16.8%였다.

위기를 느낀 노무현 후보는 11월 3일 국민 참여 50%, 당원 참여 50%로 국민 경선을 실시하는 단일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노 후보는 11월 11일에 입장을 바꿔 정 후보 측에서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단일화를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11월 22일 단일화 방식이 최종 마무리되었고, 그날 밤 두 후보는 TV 토론을 실시했다.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46.8%, 정몽준 후보가 42.2%를 얻음으로써 노 후보의 선출이 확정되었다. 정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서 패배함에 따라 사퇴를 선언하고 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계기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했다. 후보 단일화 직후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조사(11월 26일) 결과, 이회창 35.2%, 단일 후보 노무현 42.2%, 권영길 2.6%였다. 비록 대선 투표 전날 밤 정몽준 대표가 공조 파기를 선언했지만, 노무현 후보가 48.9%의 득표로 이회창 후보(46.6%)를 약 57만 표 차이(2.3%포인트)로 누르고 당선됐다. 결국 지지율 10%대로 추락하던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승리하는 이변(異變)을 연출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고전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나섰다. 11월 5일 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제안했고 그다음 날 문 후보와 만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다. 그 후 두 후보가 2차례 더 회동을 가졌지만 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안 후보가 11월 23일 돌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됐다.

그 이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해 박근혜 후보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11월 27일), 박근혜 45.4%, 문재인 43.8%였다. 하지만 일방의 사퇴에 의한 ‘실패한 반쪽 단일화’는 실질적인 ‘지지층 연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문 후보의 패배로 귀결됐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후보(51.6%)가 문재인 후보(48.0%)를 약 108만 표 차이(3.6%포인트)로 누르고 승리했다.



공동정부 구성 약속이 관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서화하지 못했고, 결국 정 후보의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 사진=조선DB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1997년 모델과 2002년 모델을 결합시키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때처럼 어느 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1997년처럼 단일화 전에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한 다음, 2002년처럼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 때에는 1997년 대선 때와 달리 공동정부 구성과 같은 후보 단일화의 조건이 없었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선거 막판에 선거 공조 차원에서 공동정부 구상이 제기됐다.

2002년 대선 당시 선거를 엿새 남긴 12월 13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선거 공조에 전격 합의했다. 노·정 선거 공조 합의는 두 사람이 집권 후 공동정부를 운영하고 권력분산이 실제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합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초 양측은 단일화 전에 문서로 공동정부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1997년 DJP 합의에 이은 또 다른 ‘권력 나눠 먹기 밀약’이란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정 후보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대선을 13일 남긴 12월 6일에 거국(擧國)내각 구상을 밝혔다. 그는 범(汎)야권 대선 공조기구인 ‘정권 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출범시키면서 “집권하면 지역과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해 국정운영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 발표 직후 안 전 후보와 만나 3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중 3항은 “대한민국의 위기극복과 새 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단일화하면 야권 필승

여하튼 앞서 언급한 2022년 ‘융합 단일화 모델’이 성사될 경우,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사실상 ‘정치적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공동정부 구성을 추진하면,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한 후보도 차기 정부에서 지분(持分)을 보장받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럴 경우 누가 단일 후보가 돼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범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리얼미터·YTN 조사(1월 10~11일)에서, 야권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나올 경우, 윤 후보(43.6%)가 이 후보(38.1%)를 5.5%포인트 차로 앞섰다. 반면, 안철수 후보가 될 경우 42.3%로, 33.2%의 이 후보를 9.1%포인트 앞섰다.

CBS·서던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7~8일)에 따르면, 야권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나올 경우, 이재명 34.1%, 윤석열 33.6%로 나타났다. 양자 간 격차는 0.8%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가정했을 때는, 이재명 28.9%, 안철수 42.3%로 양자 간 격차는 13.4%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안 후보가 4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우세했고, 20대(이재명 12.0%, 안철수 37.5%)에서는 그 격차가 25.5%포인트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을 때는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30.6%만 윤 후보를 지지했으나, 안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다자구도에서 윤 후보 지지 응답자의 69.3%가 안 후보 지지로 이동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11.6%도 안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의 스냅사진에 불과해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잠재력이 엄청 크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선거는 連帶다

과거 단일화 과정을 살펴보면 2002년에는 대선 D-38 전에 단일화 제안(11월 11일)부터 최종 후보 선출(11월 25일)까지 14일이 걸렸다. 2012년 때는 D-44 전 제안(11월 5일)부터 안철수 후보 사퇴(11월 23일)까지 18일이 걸렸다.

이번 대선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최종 후보 선출 시점은 설 명절(2월 1일) 이후 후보 등록(2월 13~14일) 직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설 직후 민심 향배가 대선 판세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分水嶺)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설 연휴 전에 단일화 협상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

단언컨대 선거는 연대다. 3당 합당, DJP연대,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등 이질적인 정치 세력 간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는 승리를 담보한다. 여든 야든 제3지대 후보를 품어 ‘승리연합’이라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할 때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욕지도
공동정부 합의 문서화 후 단일화 여론조사 해야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A&nNewsNumb=202202100018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기사목록프린트스크랩글자 크게글자 작게
⊙ 공동정부 문서화했던 1997년 DJP연대는 성공… 공동정부 약속 없던 2002년과 2012년 단일화는 실패
⊙ 지지율 30%대에 갇힌 이재명… 한때 윤석열 앞섰던 것은 尹의 失點으로 인한 반사이익이었나?
⊙ 2030, 능력·경험보다 정책공약에 더 관심… ‘킬러공약’ 없는 윤석열 불리
⊙ ‘공정의 가치 잘 실현할 후보’로 안철수가 윤석열·이재명 앞서

金亨俊


1997년 DJP연대 당시 김대중·김종필 두 사람은 김대중 후보 단일화에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서로 합의했다. 사진=조선DB
올해는 대한민국이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올해 치러지는 대선(3월 9일)과 지방선거(6월 1일) 결과가 이런 대전환의 방향과 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양대 선거는 향후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선 대공황 시절에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와 뉴딜 정책을 내세워 승리한 1932년 대선이 중대 선거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 이후 약 30년간 민주당 우위체제가 지속되었다. 올해 대선 결과, ‘민주당 집권 20년 체제’가 형성될지 아니면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어 새로운 정치 변동이 일어날지 최대 관심사다.


국민의힘 내홍과 봉합


지난 1월 6일 윤석열 후보는 퇴출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조선DB
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2022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과거 10%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앞서가던 윤석열(尹錫悅)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추월당한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대선 판세가 이재명 후보 우세로 바뀐 것에는 2030세대 표심(票心), 중도층, 자영업자층에서의 변화가 가장 컸다. 위기감을 느낀 김종인(金鍾仁)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월 3일 윤 후보도 몰랐던 “선대위 전반적인 개편 단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예상을 깨고 김 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1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대본부장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세대가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무형으로 바꿔야겠다”고 했다. 그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결별을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해체 다음 날 선거대책위원회 운영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면서 국민의힘 내분을 극적으로 봉합했다. 윤 후보는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추진 중인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호소했다. 의원들의 사퇴 요구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이 대표는 이날 윤 후보가 보여준 ‘포용의 리더십’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런 극적 봉합은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다움’의 회복

하지만 이번 봉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준석 대표가 끊임없이 자기중심의 정치에 매몰되어 있고 당 대표 권한과 후보의 당무(黨務) 우선권 간에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홀로서기’ 결정은 대선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줄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첫째, ‘윤석열다움’의 회복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결별 직전 “(윤석열)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다”고 공개 석상에서 발언했다. 의도야 어떻든 이 발언으로 대선 구도가 ‘이재명 대(對)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대 김종인’ 구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구나 선대위 해체와 같은 중대한 사항을 윤 후보에게 사전 동의 없이 패싱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종의 ‘쿠데타’로 인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선거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전격적 결별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윤석열이 주도한다’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둘째, 선대본부의 안정화다. 바야흐로 ‘이재명 원톱 대 윤석열 원톱’으로 승부를 겨루게 됐다.


이재명 후보는 작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모든 세력을 아우른 대규모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대위 출범 한 달 만인 12월 2일에 선대위를 본부 16개에서 6개로 통폐합하고 조직 슬림화·기동성에 방점을 두면서 총괄본부장도 두지 않는 이재명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윤 후보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전환함과 동시에 후보와 선대위 간의 소통을 강화시킬 수 있다.

셋째,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한 선제적(先制的) 대응이다. 안철수(安哲秀) 후보와의 연대(連帶) 없이 정권 교체가 힘들 경우,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이런 걸림돌을 미리 제거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민심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JTBC·글로벌 리서치 조사(1월 5~6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선대위를 해체하고 실무형 선대위로 개편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다’가 51.7%로 ‘잘못한 결정이다’(32.7%)를 앞섰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 59.9%, ‘부정 평가’ 26.1%로 나타났다.


‘골든크로스’ 아니라 ‘데드크로스’였나?

윤석열 후보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 선대위 해체,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미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핵심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30%대’ 박스권에 갇힌 채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후보 지지는 국민의힘 내홍(內訌)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작년 11월 말부터 36%로 변동이 없다. KSOI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오히려 3.4%포인트 하락했고,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2주 만에 7.1%포인트 하락했다. 한때 이 후보 지지율 역전(逆轉) 현상은 이 후보의 득점(得點)에 따른 ‘골든크로스’라기보다는 윤 후보의 실점(失點)으로 인한 ‘데드크로스’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장성이 약한 이 후보의 지지율도 상황 변동에 따라 깨지지 쉬운 크리스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둘째,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가 서서히 반등했다. 작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 4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연초 신년 조사에선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최악의 상황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가 얻었던 24%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은 대위기였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갤럽 직전 조사(12월 셋째 주) 대비 윤석열 지지도 하락은 보수층에서 17%포인트(66% → 49%), 줄곧 강세를 보였던 서울에서 14%포인트(40% → 26%) 추락하면서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정치 고(高)관심층에서 13%포인트(44% → 31%), 20대에서도 9%포인트(19% → 10%) 하락했다.



윤석열 하락 이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후보자 자신의 말실수, 배우자의 경력 및 학력 부풀리기 의혹, 선대위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이준석 대표가 보여준 돌출 언행(言行)과 내부 총질의 기이한 행태 등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 리스크로 인한 자신의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인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훼손되었고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정책과 공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1월 1주 조사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때 유권자들의 중요 고려 요인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능력·경험’ 30%, ‘정책 공약’ 24%, ‘도덕성’ 19%, ‘소통/화합’ 15%, ‘소속 정당’ 5%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20대와 30대의 경우, 정책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4%와 35%로 능력·경험(20대 23%, 30대 26%)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이들 젊은 세대를 위한 킬러 공약이 없었다. 이를 의식해 다양한 청년 정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말하는 2030 청년세대에는 여성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사병 월급 200만원 등 남성친화적 공약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반대로 젊은 여성들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가령, KBS·한국리서치가 2030세대만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7~9일) 결과, 30대 여성의 경우 이재명 33.9%, 안철수 21.2%였지만 윤석열 지지는 14.3%에 불과했다.

그런데 선대위 해체 이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제친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다만, 윤 후보가 확실한 반등세인지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야권에 다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ARS 방식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반등세가 확실하지만, 여권의 수치가 잘 나오는 가상번호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지지율 상승이 아직 확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

셋째,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이다. 마(魔)의 15%대를 넘었다. 한국갤럽 12월 3주 조사(14~16일)와 비교해 올해 1월 1주 조사(4~6일)에선 10%포인트 상승했다. 보수층(4% → 17%)과 중도층(7% → 22%), 20대(9% → 23%)와 30대(4% → 18%)에서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기록했다. 무당층(9% → 20%)에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연금개혁과 같은 미래 의제 선점, 사법·가족 리스크가 없다는 점, 경제·과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 등을 인정받아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4~6일)에서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안 후보가 38%로 가장 앞섰고 뒤를 이어 이재명 36%, 심상정 30%, 윤석열 2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와 비교하면 안 후보는 25%에서 38%로 크게 뛰어올랐다. 신년에 YTN·리얼미터가 2030세대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3~4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재명이 33.4%로 가장 높았고, 안철수 19.1%, 윤석열 18.4%로 뒤를 이었다.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는 0.7%포인트였다.

‘가장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냐’고 물은 결과, 윤석열 후보가 4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재명 36.2%, 심상정 4.5%, 안철수 2.8%, 김동연 1.0% 순이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후보로 안철수 후보(22.2%)가 윤석열 후보(14.9%)를 크게 앞선 것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안 후보(25.1%)가 윤 후보(12.1%)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이재명 후보(16.6%)보다도 많았다.


‘안철수의 시간’ 다시 오나?

그렇다면 안철수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안철수의 시간’이 다시 도래될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2017 대선 사후에 실시한 조사와 2022년 신년에 조사한 결과를 비교하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대선과 비교해 안철수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0%포인트와 5%포인트 더 많이 얻은 반면, 수도권에서는 더 적게 받았다. 서울 지역(23% → 14%)에서는 9%포인트, 인천·경기 지역(20% → 15%)에서 5%포인트 덜 지지를 받았다. 다만, 보수층과 중도층에선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받은 반면, 진보층(15% → 8%)에선 7%포인트 낮았다.

이런 비교・분석을 통해 추론(推論)해 보면,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2030세대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수도권에서 반등하면 지지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후보가 극적으로 선대위 해체 국면을 봉합하고 정책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만큼 2030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면서 안 후보는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호감도와 지지율 흐름상으로 볼 때 안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주저앉기보다는 당분간 1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2022년 대선에서 남아 있는 최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는 거의 모든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다.

지금은 윤석열, 안철수 누구도 후보 단일화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월 1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야권 대표 후보로 나가야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선거구도가 ‘1강(이재명) 2중(윤석열·안철수)’ 또는 ‘2강(이재명·윤석열) 1중(안철수)’으로 고착화되면 야권 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10%대 지지를 유지하면, 단일화는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된다. 2017년 대선 때 중도(안철수)와 보수(홍준표)가 분열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 결과, 정권은 진보(문재인)에게 넘어갔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DJ)과 김종필(JP)은 11월 3일 대선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대중으로 대선 후보를 단일화한 뒤 김대중이 당선될 경우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DJP연대에 합의했다. 대통령은 국민회의가, 총리와 경제 각료는 자민련이 나눠 갖는 권력분점형선거연합이었다.

연대 직전 여론조사(10월 27일)에서는 김대중 34.3%, 이회창 10.5%, 이인제 21.9%, 조순 4.7%, 김종필 2.9%였다. 당시 보수 세력이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열되어 DJ가 압도적인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DJP연대를 하게 된 배경은 김대중 비자금 조성 의혹 때문이다. 대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김대중 후보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대중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DJP연대를 성사시켰다. 최종 대선 결과는 DJ가 40.3%의 득표로 이회창(38.9%)을 약 39만 표 차이(1.6%포인트)로 누르고 당선됐다.




노무현의 起死回生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 간의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였다. ‘2강(이회창·정몽준), 1중(노무현)’이었던 10월 선거구도는 11월에 들어서면서 이회창(1강)의 지지율은 30%대, 정몽준(1중) 지지율은 20%대, 노무현(1약) 지지율은 10%대로 고착화되는 양상이었다. 가령, 코리아리서치 조사(11월 6일)에서 이회창 31.0%, 정몽준 22.4%, 노무현 16.8%였다.

위기를 느낀 노무현 후보는 11월 3일 국민 참여 50%, 당원 참여 50%로 국민 경선을 실시하는 단일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노 후보는 11월 11일에 입장을 바꿔 정 후보 측에서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단일화를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11월 22일 단일화 방식이 최종 마무리되었고, 그날 밤 두 후보는 TV 토론을 실시했다.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46.8%, 정몽준 후보가 42.2%를 얻음으로써 노 후보의 선출이 확정되었다. 정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서 패배함에 따라 사퇴를 선언하고 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계기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했다. 후보 단일화 직후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조사(11월 26일) 결과, 이회창 35.2%, 단일 후보 노무현 42.2%, 권영길 2.6%였다. 비록 대선 투표 전날 밤 정몽준 대표가 공조 파기를 선언했지만, 노무현 후보가 48.9%의 득표로 이회창 후보(46.6%)를 약 57만 표 차이(2.3%포인트)로 누르고 당선됐다. 결국 지지율 10%대로 추락하던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승리하는 이변(異變)을 연출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고전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나섰다. 11월 5일 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제안했고 그다음 날 문 후보와 만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다. 그 후 두 후보가 2차례 더 회동을 가졌지만 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안 후보가 11월 23일 돌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됐다.

그 이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해 박근혜 후보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11월 27일), 박근혜 45.4%, 문재인 43.8%였다. 하지만 일방의 사퇴에 의한 ‘실패한 반쪽 단일화’는 실질적인 ‘지지층 연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문 후보의 패배로 귀결됐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후보(51.6%)가 문재인 후보(48.0%)를 약 108만 표 차이(3.6%포인트)로 누르고 승리했다.



공동정부 구성 약속이 관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서화하지 못했고, 결국 정 후보의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 사진=조선DB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1997년 모델과 2002년 모델을 결합시키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때처럼 어느 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1997년처럼 단일화 전에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한 다음, 2002년처럼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 때에는 1997년 대선 때와 달리 공동정부 구성과 같은 후보 단일화의 조건이 없었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선거 막판에 선거 공조 차원에서 공동정부 구상이 제기됐다.

2002년 대선 당시 선거를 엿새 남긴 12월 13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선거 공조에 전격 합의했다. 노·정 선거 공조 합의는 두 사람이 집권 후 공동정부를 운영하고 권력분산이 실제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합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초 양측은 단일화 전에 문서로 공동정부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1997년 DJP 합의에 이은 또 다른 ‘권력 나눠 먹기 밀약’이란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정 후보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대선을 13일 남긴 12월 6일에 거국(擧國)내각 구상을 밝혔다. 그는 범(汎)야권 대선 공조기구인 ‘정권 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출범시키면서 “집권하면 지역과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해 국정운영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 발표 직후 안 전 후보와 만나 3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중 3항은 “대한민국의 위기극복과 새 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단일화하면 야권 필승

여하튼 앞서 언급한 2022년 ‘융합 단일화 모델’이 성사될 경우,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사실상 ‘정치적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공동정부 구성을 추진하면,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한 후보도 차기 정부에서 지분(持分)을 보장받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럴 경우 누가 단일 후보가 돼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범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리얼미터·YTN 조사(1월 10~11일)에서, 야권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나올 경우, 윤 후보(43.6%)가 이 후보(38.1%)를 5.5%포인트 차로 앞섰다. 반면, 안철수 후보가 될 경우 42.3%로, 33.2%의 이 후보를 9.1%포인트 앞섰다.

CBS·서던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7~8일)에 따르면, 야권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나올 경우, 이재명 34.1%, 윤석열 33.6%로 나타났다. 양자 간 격차는 0.8%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가정했을 때는, 이재명 28.9%, 안철수 42.3%로 양자 간 격차는 13.4%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안 후보가 4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우세했고, 20대(이재명 12.0%, 안철수 37.5%)에서는 그 격차가 25.5%포인트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을 때는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30.6%만 윤 후보를 지지했으나, 안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다자구도에서 윤 후보 지지 응답자의 69.3%가 안 후보 지지로 이동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11.6%도 안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의 스냅사진에 불과해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잠재력이 엄청 크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선거는 連帶다

과거 단일화 과정을 살펴보면 2002년에는 대선 D-38 전에 단일화 제안(11월 11일)부터 최종 후보 선출(11월 25일)까지 14일이 걸렸다. 2012년 때는 D-44 전 제안(11월 5일)부터 안철수 후보 사퇴(11월 23일)까지 18일이 걸렸다.

이번 대선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최종 후보 선출 시점은 설 명절(2월 1일) 이후 후보 등록(2월 13~14일) 직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설 직후 민심 향배가 대선 판세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分水嶺)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설 연휴 전에 단일화 협상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

단언컨대 선거는 연대다. 3당 합당, DJP연대,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등 이질적인 정치 세력 간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는 승리를 담보한다. 여든 야든 제3지대 후보를 품어 ‘승리연합’이라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할 때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욕지도
공동정부 합의 문서화 후 단일화 여론조사 해야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A&nNewsNumb=202202100018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기사목록프린트스크랩글자 크게글자 작게
⊙ 공동정부 문서화했던 1997년 DJP연대는 성공… 공동정부 약속 없던 2002년과 2012년 단일화는 실패
⊙ 지지율 30%대에 갇힌 이재명… 한때 윤석열 앞섰던 것은 尹의 失點으로 인한 반사이익이었나?
⊙ 2030, 능력·경험보다 정책공약에 더 관심… ‘킬러공약’ 없는 윤석열 불리
⊙ ‘공정의 가치 잘 실현할 후보’로 안철수가 윤석열·이재명 앞서

金亨俊


1997년 DJP연대 당시 김대중·김종필 두 사람은 김대중 후보 단일화에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서로 합의했다. 사진=조선DB
올해는 대한민국이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올해 치러지는 대선(3월 9일)과 지방선거(6월 1일) 결과가 이런 대전환의 방향과 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양대 선거는 향후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선 대공황 시절에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와 뉴딜 정책을 내세워 승리한 1932년 대선이 중대 선거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 이후 약 30년간 민주당 우위체제가 지속되었다. 올해 대선 결과, ‘민주당 집권 20년 체제’가 형성될지 아니면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어 새로운 정치 변동이 일어날지 최대 관심사다.


국민의힘 내홍과 봉합


지난 1월 6일 윤석열 후보는 퇴출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조선DB
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2022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과거 10%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앞서가던 윤석열(尹錫悅)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추월당한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대선 판세가 이재명 후보 우세로 바뀐 것에는 2030세대 표심(票心), 중도층, 자영업자층에서의 변화가 가장 컸다. 위기감을 느낀 김종인(金鍾仁)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월 3일 윤 후보도 몰랐던 “선대위 전반적인 개편 단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예상을 깨고 김 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1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대본부장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세대가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무형으로 바꿔야겠다”고 했다. 그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결별을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해체 다음 날 선거대책위원회 운영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면서 국민의힘 내분을 극적으로 봉합했다. 윤 후보는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추진 중인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호소했다. 의원들의 사퇴 요구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이 대표는 이날 윤 후보가 보여준 ‘포용의 리더십’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런 극적 봉합은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다움’의 회복

하지만 이번 봉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준석 대표가 끊임없이 자기중심의 정치에 매몰되어 있고 당 대표 권한과 후보의 당무(黨務) 우선권 간에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홀로서기’ 결정은 대선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줄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첫째, ‘윤석열다움’의 회복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결별 직전 “(윤석열)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다”고 공개 석상에서 발언했다. 의도야 어떻든 이 발언으로 대선 구도가 ‘이재명 대(對)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대 김종인’ 구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구나 선대위 해체와 같은 중대한 사항을 윤 후보에게 사전 동의 없이 패싱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종의 ‘쿠데타’로 인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선거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전격적 결별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윤석열이 주도한다’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둘째, 선대본부의 안정화다. 바야흐로 ‘이재명 원톱 대 윤석열 원톱’으로 승부를 겨루게 됐다.


이재명 후보는 작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모든 세력을 아우른 대규모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대위 출범 한 달 만인 12월 2일에 선대위를 본부 16개에서 6개로 통폐합하고 조직 슬림화·기동성에 방점을 두면서 총괄본부장도 두지 않는 이재명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윤 후보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전환함과 동시에 후보와 선대위 간의 소통을 강화시킬 수 있다.

셋째,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한 선제적(先制的) 대응이다. 안철수(安哲秀) 후보와의 연대(連帶) 없이 정권 교체가 힘들 경우,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이런 걸림돌을 미리 제거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민심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JTBC·글로벌 리서치 조사(1월 5~6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선대위를 해체하고 실무형 선대위로 개편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다’가 51.7%로 ‘잘못한 결정이다’(32.7%)를 앞섰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 59.9%, ‘부정 평가’ 26.1%로 나타났다.


‘골든크로스’ 아니라 ‘데드크로스’였나?

윤석열 후보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 선대위 해체,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미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핵심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30%대’ 박스권에 갇힌 채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후보 지지는 국민의힘 내홍(內訌)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작년 11월 말부터 36%로 변동이 없다. KSOI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오히려 3.4%포인트 하락했고,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2주 만에 7.1%포인트 하락했다. 한때 이 후보 지지율 역전(逆轉) 현상은 이 후보의 득점(得點)에 따른 ‘골든크로스’라기보다는 윤 후보의 실점(失點)으로 인한 ‘데드크로스’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장성이 약한 이 후보의 지지율도 상황 변동에 따라 깨지지 쉬운 크리스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둘째,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가 서서히 반등했다. 작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 4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연초 신년 조사에선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최악의 상황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가 얻었던 24%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은 대위기였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갤럽 직전 조사(12월 셋째 주) 대비 윤석열 지지도 하락은 보수층에서 17%포인트(66% → 49%), 줄곧 강세를 보였던 서울에서 14%포인트(40% → 26%) 추락하면서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정치 고(高)관심층에서 13%포인트(44% → 31%), 20대에서도 9%포인트(19% → 10%) 하락했다.



윤석열 하락 이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후보자 자신의 말실수, 배우자의 경력 및 학력 부풀리기 의혹, 선대위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이준석 대표가 보여준 돌출 언행(言行)과 내부 총질의 기이한 행태 등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 리스크로 인한 자신의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인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훼손되었고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정책과 공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1월 1주 조사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때 유권자들의 중요 고려 요인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능력·경험’ 30%, ‘정책 공약’ 24%, ‘도덕성’ 19%, ‘소통/화합’ 15%, ‘소속 정당’ 5%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20대와 30대의 경우, 정책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4%와 35%로 능력·경험(20대 23%, 30대 26%)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이들 젊은 세대를 위한 킬러 공약이 없었다. 이를 의식해 다양한 청년 정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말하는 2030 청년세대에는 여성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사병 월급 200만원 등 남성친화적 공약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반대로 젊은 여성들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가령, KBS·한국리서치가 2030세대만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7~9일) 결과, 30대 여성의 경우 이재명 33.9%, 안철수 21.2%였지만 윤석열 지지는 14.3%에 불과했다.

그런데 선대위 해체 이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제친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다만, 윤 후보가 확실한 반등세인지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야권에 다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ARS 방식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반등세가 확실하지만, 여권의 수치가 잘 나오는 가상번호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지지율 상승이 아직 확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

셋째,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이다. 마(魔)의 15%대를 넘었다. 한국갤럽 12월 3주 조사(14~16일)와 비교해 올해 1월 1주 조사(4~6일)에선 10%포인트 상승했다. 보수층(4% → 17%)과 중도층(7% → 22%), 20대(9% → 23%)와 30대(4% → 18%)에서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기록했다. 무당층(9% → 20%)에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연금개혁과 같은 미래 의제 선점, 사법·가족 리스크가 없다는 점, 경제·과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 등을 인정받아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4~6일)에서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안 후보가 38%로 가장 앞섰고 뒤를 이어 이재명 36%, 심상정 30%, 윤석열 2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와 비교하면 안 후보는 25%에서 38%로 크게 뛰어올랐다. 신년에 YTN·리얼미터가 2030세대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3~4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재명이 33.4%로 가장 높았고, 안철수 19.1%, 윤석열 18.4%로 뒤를 이었다.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는 0.7%포인트였다.

‘가장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냐’고 물은 결과, 윤석열 후보가 4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재명 36.2%, 심상정 4.5%, 안철수 2.8%, 김동연 1.0% 순이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후보로 안철수 후보(22.2%)가 윤석열 후보(14.9%)를 크게 앞선 것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안 후보(25.1%)가 윤 후보(12.1%)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이재명 후보(16.6%)보다도 많았다.


‘안철수의 시간’ 다시 오나?

그렇다면 안철수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안철수의 시간’이 다시 도래될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2017 대선 사후에 실시한 조사와 2022년 신년에 조사한 결과를 비교하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대선과 비교해 안철수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0%포인트와 5%포인트 더 많이 얻은 반면, 수도권에서는 더 적게 받았다. 서울 지역(23% → 14%)에서는 9%포인트, 인천·경기 지역(20% → 15%)에서 5%포인트 덜 지지를 받았다. 다만, 보수층과 중도층에선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받은 반면, 진보층(15% → 8%)에선 7%포인트 낮았다.

이런 비교・분석을 통해 추론(推論)해 보면,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2030세대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수도권에서 반등하면 지지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후보가 극적으로 선대위 해체 국면을 봉합하고 정책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만큼 2030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면서 안 후보는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호감도와 지지율 흐름상으로 볼 때 안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주저앉기보다는 당분간 1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2022년 대선에서 남아 있는 최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는 거의 모든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다.

지금은 윤석열, 안철수 누구도 후보 단일화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월 1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야권 대표 후보로 나가야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선거구도가 ‘1강(이재명) 2중(윤석열·안철수)’ 또는 ‘2강(이재명·윤석열) 1중(안철수)’으로 고착화되면 야권 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10%대 지지를 유지하면, 단일화는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된다. 2017년 대선 때 중도(안철수)와 보수(홍준표)가 분열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 결과, 정권은 진보(문재인)에게 넘어갔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DJ)과 김종필(JP)은 11월 3일 대선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대중으로 대선 후보를 단일화한 뒤 김대중이 당선될 경우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DJP연대에 합의했다. 대통령은 국민회의가, 총리와 경제 각료는 자민련이 나눠 갖는 권력분점형선거연합이었다.

연대 직전 여론조사(10월 27일)에서는 김대중 34.3%, 이회창 10.5%, 이인제 21.9%, 조순 4.7%, 김종필 2.9%였다. 당시 보수 세력이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열되어 DJ가 압도적인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DJP연대를 하게 된 배경은 김대중 비자금 조성 의혹 때문이다. 대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김대중 후보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대중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DJP연대를 성사시켰다. 최종 대선 결과는 DJ가 40.3%의 득표로 이회창(38.9%)을 약 39만 표 차이(1.6%포인트)로 누르고 당선됐다.




노무현의 起死回生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 간의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였다. ‘2강(이회창·정몽준), 1중(노무현)’이었던 10월 선거구도는 11월에 들어서면서 이회창(1강)의 지지율은 30%대, 정몽준(1중) 지지율은 20%대, 노무현(1약) 지지율은 10%대로 고착화되는 양상이었다. 가령, 코리아리서치 조사(11월 6일)에서 이회창 31.0%, 정몽준 22.4%, 노무현 16.8%였다.

위기를 느낀 노무현 후보는 11월 3일 국민 참여 50%, 당원 참여 50%로 국민 경선을 실시하는 단일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노 후보는 11월 11일에 입장을 바꿔 정 후보 측에서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단일화를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11월 22일 단일화 방식이 최종 마무리되었고, 그날 밤 두 후보는 TV 토론을 실시했다.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46.8%, 정몽준 후보가 42.2%를 얻음으로써 노 후보의 선출이 확정되었다. 정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서 패배함에 따라 사퇴를 선언하고 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계기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했다. 후보 단일화 직후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조사(11월 26일) 결과, 이회창 35.2%, 단일 후보 노무현 42.2%, 권영길 2.6%였다. 비록 대선 투표 전날 밤 정몽준 대표가 공조 파기를 선언했지만, 노무현 후보가 48.9%의 득표로 이회창 후보(46.6%)를 약 57만 표 차이(2.3%포인트)로 누르고 당선됐다. 결국 지지율 10%대로 추락하던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승리하는 이변(異變)을 연출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고전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나섰다. 11월 5일 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제안했고 그다음 날 문 후보와 만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다. 그 후 두 후보가 2차례 더 회동을 가졌지만 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안 후보가 11월 23일 돌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됐다.

그 이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해 박근혜 후보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11월 27일), 박근혜 45.4%, 문재인 43.8%였다. 하지만 일방의 사퇴에 의한 ‘실패한 반쪽 단일화’는 실질적인 ‘지지층 연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문 후보의 패배로 귀결됐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후보(51.6%)가 문재인 후보(48.0%)를 약 108만 표 차이(3.6%포인트)로 누르고 승리했다.



공동정부 구성 약속이 관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서화하지 못했고, 결국 정 후보의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 사진=조선DB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1997년 모델과 2002년 모델을 결합시키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때처럼 어느 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1997년처럼 단일화 전에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한 다음, 2002년처럼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 때에는 1997년 대선 때와 달리 공동정부 구성과 같은 후보 단일화의 조건이 없었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선거 막판에 선거 공조 차원에서 공동정부 구상이 제기됐다.

2002년 대선 당시 선거를 엿새 남긴 12월 13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선거 공조에 전격 합의했다. 노·정 선거 공조 합의는 두 사람이 집권 후 공동정부를 운영하고 권력분산이 실제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합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초 양측은 단일화 전에 문서로 공동정부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1997년 DJP 합의에 이은 또 다른 ‘권력 나눠 먹기 밀약’이란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정 후보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대선을 13일 남긴 12월 6일에 거국(擧國)내각 구상을 밝혔다. 그는 범(汎)야권 대선 공조기구인 ‘정권 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출범시키면서 “집권하면 지역과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해 국정운영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 발표 직후 안 전 후보와 만나 3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중 3항은 “대한민국의 위기극복과 새 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단일화하면 야권 필승

여하튼 앞서 언급한 2022년 ‘융합 단일화 모델’이 성사될 경우,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사실상 ‘정치적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공동정부 구성을 추진하면,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한 후보도 차기 정부에서 지분(持分)을 보장받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럴 경우 누가 단일 후보가 돼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범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리얼미터·YTN 조사(1월 10~11일)에서, 야권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나올 경우, 윤 후보(43.6%)가 이 후보(38.1%)를 5.5%포인트 차로 앞섰다. 반면, 안철수 후보가 될 경우 42.3%로, 33.2%의 이 후보를 9.1%포인트 앞섰다.

CBS·서던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7~8일)에 따르면, 야권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나올 경우, 이재명 34.1%, 윤석열 33.6%로 나타났다. 양자 간 격차는 0.8%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가정했을 때는, 이재명 28.9%, 안철수 42.3%로 양자 간 격차는 13.4%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안 후보가 4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우세했고, 20대(이재명 12.0%, 안철수 37.5%)에서는 그 격차가 25.5%포인트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을 때는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30.6%만 윤 후보를 지지했으나, 안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다자구도에서 윤 후보 지지 응답자의 69.3%가 안 후보 지지로 이동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11.6%도 안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의 스냅사진에 불과해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잠재력이 엄청 크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선거는 連帶다

과거 단일화 과정을 살펴보면 2002년에는 대선 D-38 전에 단일화 제안(11월 11일)부터 최종 후보 선출(11월 25일)까지 14일이 걸렸다. 2012년 때는 D-44 전 제안(11월 5일)부터 안철수 후보 사퇴(11월 23일)까지 18일이 걸렸다.

이번 대선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최종 후보 선출 시점은 설 명절(2월 1일) 이후 후보 등록(2월 13~14일) 직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설 직후 민심 향배가 대선 판세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分水嶺)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설 연휴 전에 단일화 협상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

단언컨대 선거는 연대다. 3당 합당, DJP연대,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등 이질적인 정치 세력 간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는 승리를 담보한다. 여든 야든 제3지대 후보를 품어 ‘승리연합’이라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할 때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이주희
사랑스러움 여왕 우아함
Kk
정부가 한 국민을 감시하는것은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것이다
스레드봇
안녕하세요~^^
기부금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정식 등록되어 있다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 기부금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우커머스와 저희 코스모스팜이 제작한 플러그인으로도 기부금 결제가 가능합니다.
(이것은 페이지 디자인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희 고객지원 쪽 이메일로 만들고자 하는 페이지의 상세한 내용을 보내주시면 추가로 확인해드리겠습니다.
https://www.cosmosfarm.com/support
고맙습니다.
김재윤
안녕하세요. 사단법인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기부하기를 구현하고 싶은데 귀사의 플러그인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안지훈
닉넴을 쓸데없이 익숙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