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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강천석 칼럼] ‘尹一化’든 ‘安一化’든 단일화 놓치면 恨 될 것
대선 승부는 間髮의 票差로 결판난다
尹·安, 3월 9일 함께 웃을까 함께 울게 될까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2/05/5U2EQDHR4RBGLO63WT7USCRFYI/

강천석 고문
입력 2022.02.05 03:20

3월 9일 자정 무렵이면 승세(勝勢)와 패색(敗色)이 뚜렷해질 것이다. 그때 각 후보는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선두를 다툰 윤석열·이재명 후보 중 한 사람만 승자 자리에 설 수 있다. 다른 한 사람은 침통한 얼굴로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사과할 것이고, 유권자들 가슴엔 후보 가슴보다 더 삭막한 바람이 불어갈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담담할 것 같다. 무슨 말을 할지도 짐작이 간다. 안철수 후보 속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그가 승리할 확률은 무(無)다. 그렇다면 승패가 어떻게 갈릴 때 웃을 수 있을까.

누구나 패자가 되는 순간, ‘이 길 말고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에 된다. 다른 길이 있었다는 후회가 절실할수록 생살을 깎아내는 고통에 휩싸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게 지금 선택과 다른 선택이 있을까. 본인과 관련해서 대장동 의혹,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가족 간 대화에다 아내 문제까지 겹겹의 파도를 맞고 있다.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자신은 ‘문재인 정권 후계자는 아니다’라고 했다. 문 정권의 실패 책임까지 걸머지진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 대통령이 남긴 부채(負債) 상속은 떠맡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친문(親文) 표(票)는 지켜야 한다. 이 딜레마는 반복되는 말 뒤집기와 부인(否認)과 사과(謝過)를 피스톤처럼 오가야 하는 이 후보의 원죄(原罪) 비슷하다. 다른 선택이 없다.

갈림길을 만나면 주저하고 망설인다. 한 길을 고르는 것은 다른 길을 포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앞에 갈림길이 놓여 있다. 설 직전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윤 후보가 이 후보를 5~10% 앞선 조사가 4건,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조사가 6건이었다. 갈림길에 서 있는 화살표(→) 표지판이 윤 후보를 더 갈피 잡기 어렵게 만드는 모양이다.

국민의힘 내부엔 자기네 힘만으로도 집권 가능하다는 자강파(自强派)가 있다. 그들은 앞으로 윤 후보 상승 흐름이 더 가팔라지리라고 표지판을 읽는 듯하다. 안철수 후보를 난로(煖爐) 정도로 여기고, 봄바람이 불어오니 난로 없이도 견딜 만하다고 한다. 그들은 윤석열 46% 이재명 38%로 나타난 지난 1~3일 여론조사 결과를 응원군(應援軍)으로 여긴다.


단일화론(單一化論)을 펴는 이들은, 여론조사 바탕에는 이재명 지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샤이(shy) 이재명’이 3%가량 얕게나마 깔려 있다면서 형세를 백중지세(伯仲之勢)로 본다. 단일화론자는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에 막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오세훈 서울 시장을 보라고 한다. 민주당이 180석을 장악한 국회에 맞서려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기반을 넓히고 승부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후보 지지도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와 한 묶음으로 변화한다. 문 대통령 긍정 평가는 40%대 초반이다. 야당 후보는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 비율과 연동(連動)돼 오르내린다. 정권 교체 지지 비율은 50%대 중반이다. 최근 여당 표는 결집(結集)이 빨라지는 데 비해 윤 후보는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의 10% 이상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안철수 표다.

후보 단일화는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어떤 조건으로 흡수하느냐를 결정하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 유형과, 누가 후보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유형이 있다. 1997년 DJ는 JP 지지 세력인 3~5%를 얻기 위해 후보 자리 말고는 모든 것을 내놨다. 양당 공동 정부 협약(協約)에서 JP는 완전한 갑(甲)이었다. 그러고도 이회창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2002년 노무현은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정몽준에게 뒤졌는데도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받아들였다. ‘죽겠다고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였다. 그때도 이회창 후보와 표차는 2.3%포인트였다. 대선은 간발(間髮) 승부다.

단일화 동력(動力)은 절박함이다.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는 철수(撤收)할 수 없다’는 절박한 처지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쪽이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라면 다른 쪽은 정치 생명에 대한 절박함이다. ‘윤(尹)으로 가는 윤일화(尹一化)’든 ‘안(安)으로 가는 안일화(安一化)’든 단일화 열차를 놓치면 한(恨)이 될 것이다. 윤과 안은 3월 9일 혼자 웃기 어렵다. 함께 웃고 함께 울 수밖에 없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 묶여 있다. 햇볕 아래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지는 단일화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욕지도
[이기홍 칼럼]단일화 막차 놓쳐 국민 배신할 건가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203/111564385/1?ref=main
이기홍 대기자
입력 2022-02-04 03:00업데이트 2022-02-04 08:16

대선 33일 앞인데 尹, 安 단일화 뒷짐
4자 구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과
치킨게임식 자강론 버리고
즉시 공개 협상으로 단일화 성사시켜야

이기홍 대기자불과 33일 남았는데도 안갯속인 이번 대선에서 명확해진 건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국민 과반수가 생각하는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권교체이며, 둘째는 그 시대정신이 구현될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는 단일화라는 점이다.

상식의 세계에서 생각하는 단일화는 윤석열-안철수, 이재명-심상정 후보 간의 단일화다. 그런데 요즘 여권은 상식을 깨는 그림을 스케치하고 있다.

며칠간 여권 물밑에서 이재명-안철수 단일화론이 피어나더니 마침내 송영길 대표가 책임총리제를 공식 제기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 자살’을 결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황당한 얘기를 여권이 꺼낸 것은 고도의 정치적 심리전이다. 이재명이 안철수와 접목이 가능한 수종(樹種)인 것 같은 이미지를 확산시켜 중도층을 흔들고 안철수 지지층 빼오기를 노린 것이다.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야권 단일화 무산’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더 나아가 만약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10%만 보인다 해도 대통령 자리 빼고는, 모든 걸 내주겠다고 나설 것이다. 여권 인사들도 “내가 도마뱀 꼬리가 되겠다”며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엔 그런 절박성이 없다. 만약 윤석열이 단일화를 위해 다 던지려 하면 윤핵관들은 “4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 것이다.

물론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윤-안 간에 단일화 얘기가 전혀 오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옛 YS 계열 인사들이 양측을 오가며 말을 전한다고 한다. 하지만 거간꾼의 중량이 신통치 않고, 후보들은 힘을 실어주지 않은 채 자강론, 안일화만 내세우고 있다.

자강론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효과가 있지만 선거 막바지까지 자강론을 얘기하는 건 치킨게임에 다름 아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은 투표일 34일 전에 타결됐다. 곧이어 D-28에 양자 TV토론, D-26에 여론조사, D-25에 단일후보 발표로 이어졌다. 1997년 DJP연합이 성사된 것은 대선 48일 전이었다.

달력상으로는 이번엔 이미 막차 출발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후보 등록이 14일, 재외투표소 투표가 23일, 투표용지 인쇄 배포가 27일 마감이다.

혼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단일화를 외면한다면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다수 국민의 간절한 열망, 대한민국의 미래를 베팅하는 것이다.

들쭉날쭉 여론조사에서 일부 우위로 나타난다 해도 야권은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선거 막바지에 힘을 쓰는 건 돈과 조직이다.

이재명은 추경 14조 원도 성에 안 찬다며 35조 원을 내걸었고 여당은 동조 농성까지 들어갔다. 지방정부가 소리 없이 뿌릴 수 있는 선심성 복지도 부지기수다. 합법적 금품살포가 코로나 핑계로 가능해졌는데 야당은 심각성을 모른다.

좌파진영이 바라는 문재인 정권의 발전적 계승과 우파진영이 바라는 정권교체 중 어느 쪽이 더 진정한 국민의 뜻인지 굴절 없이 확인하려면 단일화는 후보들의 의무이며 당위다.

특히 이번 대선의 단일화는 역대 어느 단일화와 비교해도 명분이 있다. 정책·이념이 이질적이었던 김종필-김대중, 정몽준-노무현과 달리 윤-안은 지향점을 공유한다. 심상정 후보도 진보 재집권에 동의한다면 이-심 단일화 논의의 문을 여는 게 마땅하다.

단일화 협상은 밀실이 아니라 공개리에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단일화 훼방 세력의 장난질도 제한된다.

후보들이 현재 지지율이 자신의 역량과 매력 덕분이 아니라 정권교체 민심의 반영임을, 자신의 소명이 대통령 자리 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임을 명심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권교체 민심은 대선 때마다 존재했지만 이번 선거만큼 뜨거운 온도는 1987년 이후 처음일 것이다.

그 열망은 정권교체 실패 시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불안과 동의어다.

그들은 김혜경 씨의 공무원 심부름과 법인카드 사용 논란을 보며 만약 이번 폭로가 없이 김 씨가 청와대에 입성했을 경우 2부속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걱정한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KBS 이사가 법인카드로 김밥 한 줄 결제한 것을 물고 늘어지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어코 쫓아낸 좌파권력의 악착같음도 환기된다.

권력은 제도상 허용 범위 내에 있다 해도 최대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민주주의 기본 규범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지도자, 복마전 산하단체 실태, 천문학적 뇌물이 오간 개발사업…. 수년간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진 일들이 대한민국 중앙정부 차원의 본편 예고편이 될까 봐 우려하는 보수층이 많다.

이런 걱정과 열망을 외면한 채 혼자 다 먹겠다는 욕심으로 유불리만 재다 단일화 막차를 놓친다면 그 죄과는 결코 씻을 길이 없을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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