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사설] ‘러 학살’ 감싼 北中, 그들과 한편 섰던 韓 외교 방향 틀어야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04/09/C65JOWHIB5DF5GET2TILZGK3OI/
유엔이 긴급 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인권이사국 자격을 박탈했다. 93국이 찬성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유엔 산하 기구에서 퇴출당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의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널브러진 시신과 성폭행·고문 피해가 공개되자 유엔 회의장은 야만과 반(反)문명에 대한 분노와 탄식으로 술렁거렸다. 명백한 전쟁 범죄에 눈감으면 문명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은 이번에도 러시아를 감싸며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했고, 중국 대사도 “인권이란 이름의 압박에 반대한다”고 했다. 어린이 포함, 시신 수백 구의 사진이 쏟아지는데도 ‘증거 불충분’이라고 우긴다. 심지어 북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중국은 “중·러 협력엔 한계도, 금기도 없다”고 했다. 이미 북·중은 러시아 침공 규탄과 경제제재에도 반대했다. 북·중·러가 독재 협력을 넘어 야만과 반문명의 축으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5년 내내 이런 북·중·러 쪽으로 표류해갔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가 홀대를 받으면서도 한국을 ‘작은 나라’,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했다. ‘사드 3불’로 군사 주권도 양보했다. 중국 군용기가 제 집처럼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들락거리고 군함이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이는데도 항의 성명 한 번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평양 능라 경기장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합의를 했다”고 선언했다.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돌아온 것은 김여정의 핵무력 협박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중 최초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했다. 푸틴에겐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전쟁 잿더미의 한국이 선진국 문턱까지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 진영과 한편에 서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번영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당선인이 주한 미군 기지를 방문해 “한미 동맹의 심장”임을 강조한 데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가 “러시아 학살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문명 세력과의 동맹을 복원하는 첫걸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