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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2964

[선데이 칼럼] 튼튼한 ‘동맹’이 ‘민족’ 문제 푸는 열쇠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의 정상회담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이 얼마나 한국을 중시하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두 정상이 다루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먼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양 정상은 양국이 앞으로 닥쳐올 여러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협의 장치를 만들자는 데 합의했으면 한다. 지난 수년 동안 한·미 양국은 협력한다는 구두 약속은 많이 했지만 어떻게 협력할지 디테일에 약했다. 양국 간 정치적 신뢰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분위기가 바뀌었고 한·미 동맹 간 상호 깊은 신뢰 관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전제하에 양국이 디테일을 상의해야 할 일이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분간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수준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킨 다음, 비핵화가 아닌 군비통제 협상을 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확장억제의 강화이다.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의 정례화 및 활성화를 통해 어떠어떠한 도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어떠어떠하게 대응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디테일을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의 낙하 시 안정적 대기권 재진입이나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를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 때문에 혹독한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에게 무한정 참으라고만 할 수 있을지는 아마 김정은 위원장 자신도 모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언제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우에 대비해서도 한·미 간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로드맵을 상세하게 미리 합의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동맹이라면서도 여러 이슈를 놓고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둘째는 경제안보 문제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초 이래 미·중 간의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서 공급망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망 문제는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어떻게 이 상황에 대응하여 업계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서방 민주주의 진영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소(小)다자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셋째 글로벌 차원에서의 한·미 협력 문제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급한 관심사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문제일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에도 규정되어 있고 2차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인 영토주권과 자결권 존중 원칙을 무너뜨렸다. 만일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국제질서는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질될 것이다. 바로 그런 세상에서 일제 침략으로 35년간 고통을 받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처럼 대국들로 둘러싸인 나라들은 험한 꼴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을 일이 아닌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를 중시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를 외교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인도적 지원이나 난민과 관련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로써 우리 외교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처럼 북한, 경제안보, 지구촌 외교라는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유리한 고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외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북문제와 한·미 동맹을 배타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민족’과 ‘동맹’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식의 감성적 민족주의 프레임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프레임의 결과는 역설적으로 북한과 미국 모두로부터의 소외였다. 예를 들어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2017년 북한의 도발이 터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의 의견을 물어보곤 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당사국 대통령이 아닌 일본 총리에게 먼저 물었던 것, 그것이 지난 몇 년간 우리 외교의 현실이었다.

냉전 이후 한·미 관계가 가장 완벽한 정책 공조를 이루었던 시기는 1998년에서 2000년까지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전적으로 지원했고 미국도 스스로 북한을 포용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열린 시각과 비전 때문이었다. 시대적 도전과제와 국제환경 그리고 정치적 성향은 그때와 다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그때와 같은 튼튼한 동맹 관계를 만들 수 있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민족’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배윤영
ㅇㅇ
욕지도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05/21/TLTYNUONVREXLBQYLNTDNBJQIU/

[사설] 반도체 공장서 첫 만남 韓美 정상, 동맹의 진화·도전 상징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첫 만남을 갖고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동맹’을 강조했다. 미 대통령이 방한 일정으로 반도체 공장부터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기술 동맹으로 경제 안보 협력을 위해 노력할 때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끼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 미·중이 충돌하는 신냉전의 국제 환경에서 안보와 경제를 묶으려는 것이다. 지금 반도체가 없으면 탱크 한 대, 자동차 한 대도 못 만든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원천 기술과 생산 장비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도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바이든이 반도체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삼성전자를 초청한 것도 공급망 사슬 때문이다. 한·미 ‘기술 동맹’의 핵심이 반도체다.

양국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공동 수출을 위한 협력 방안도 발표한다. ‘원전 동맹’의 행동 계획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적 시공 능력이 붕괴 직전이고, 미국은 원천 기술은 있지만 신규 원전 건설을 안 한 지 오래다. 지금 세계 원전 시장은 중국·러시아가 휩쓸고 있다. 한·미 원전 동맹은 경제 협력을 넘어 세계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방한 기간 “북한의 7차 핵실험, 미사일 시험 등에 대비 중”이라고 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은 물론 ICBM 액체 연료 주입을 끝낸 정황도 확인했다. 이번엔 태평양 방면으로 쏠 수도 있다. 관심을 더 끌려는 것이다. 북한과 협상은 계속하되 북핵으로 인한 군사적·정치적 압박에 대해 현실적 대비도 병행해야 한다.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은 실질적 군사 대비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

한·미 동맹은 70년 가까이 우리 안보를 지켜왔다. 2007년 FTA 체결로 경제 동맹으로 발전했다. 이번에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면 공급망·기술 동맹으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당장 시진핑 주석이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 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고 견제했다. 한·미 동맹의 진화는 도전도 부를 것이다. 원칙을 지키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