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2/11/26/QJF3SILOYRBLZHF4HTBMD2AYV4/
[朝鮮칼럼 The Column] 이재명의 ‘겨울’
분당 개발비리 의혹 제기한
21년 前 ‘이재명 변호사’ 대장동 수사 대상 돼
정진상·김용 구속 후에도 李대표 “검찰, 사실조작”
내달 중앙지검 소환으로 최대 위기 맞을 듯
다른 사건 수사도 안 끝나
최재혁 사회부장
입력 2022.11.26 03:2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 본 것은 2001년 가을 성남에서였다. 당시 성남은 ‘분당 백궁·정자 지구의 용도 변경 특혜’ 의혹으로 들썩거렸다. ‘변호사 이재명’이 제기하고 끌고 나가던 이슈였다. 그의 목표는 분명해 보였다. 국민회의 출신인 당시 성남시장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취재 경쟁이 불붙었고 어느 일요일 길거리에서 서로 부스스한 얼굴로 만난 기억이 난다. 평범한 변호사였지만 집요함이 느껴졌다. 그때 성남시장이던 인사는 2002년 재선에 실패한 뒤 결국 검찰 수사로 처벌받았다.
이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도전에 실패했다가 2010년 선거에서 뜻을 이룬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민주당은 지지층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선전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수도권이 두드러졌다. 그의 당선 소식을 접하고 ‘이 변호사에게 운(運)이 따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포퓰리즘에 사회주의적 색채까지 가미한 논쟁적 정책으로 존재를 알리더니 지난 대선에선 재수(再修) 끝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이 대표보다 더 극적인 정치 역정이 있을까 싶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이면(裏面)을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통해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 대표에게는 2010년부터 정진상·김용·유동규 등 ‘3인방’ 체제가 갖춰졌다고 한다. 정진상은 성남시에서 정책을 맡고, 시의원이었던 김용은 성남시의회를 책임지며, 유동규는 위례·대장동 등 돈이 되는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 세 명은 성남 시민 단체나 분당 아파트 리모델링 업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기 전 그저 그런 변호사일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지난 대선의 결과가 달랐다면 3인방과 그 주변에선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은 작년 10월에 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정진상 민주당 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잇따라 구속됐다. 유동규와 민간 사업자 남욱씨가 입을 열면서, 문재인 정부 때 친(親)정권 성향 검사들이 유동규 선까지 책임을 물었던 사건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남욱이 법정에서 ‘각종 선거 지원금과 뇌물 명목으로 유동규에게 제공했고 이게 정진상 등에게 건너갔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액수가 40억원이 넘는다. 천화동인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수익금 중 428억원을 ‘3인방’ 몫으로 인정했다는 복수의 진술도 확보됐다. 법원이 혐의를 인정하면 모두 적지 않은 형(刑)을 살아야 할 처지다. 이제 서울중앙지검의 칼은 이 대표에게 향하고 있다. 법원은 이 대표와 가족들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내주기 시작했다.
여야(與野)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했다. 조사 기간은 45일이고 현장 검증 등 본격 조사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국조(國調) 때문에 내년 1월까지 국회가 열려 있으면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은 유지된다.
이 대표 처지에서는 좀 더 오래 ‘방탄막’을 유지하고 정부·여당으로선 준예산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예산안 처리 이후’에 이 대표 소환 등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검찰로서도 수사상 돌발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국회 일정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대표를 ‘대장동’ 같은 대형 사건으로 소환한다는 것은 기소(起訴)를 전제로 한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이 대표가 출두를 거부하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의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날아올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야당에서도 나온다.
이 대표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가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성남지청)과 ‘쌍방울 그룹 유착 의혹 사건’(수원지검)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인들은 “민주당이 체포 동의안을 두 번, 세 번 부결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에게 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길고 험난할 것이다. 그는 계좌 추적 소식에 “쇼를 하고 있다. 언제든 털어보라”고 했다. 측근 3인방의 비리 혐의가 드러난 것은 ‘형님, 아우’ 하던 카르텔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0년 넘게 그들과 명암을 같이했다. 21년 전 30대였던 ‘변호사 이재명’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