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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보고문건' 꺼낸 서훈…법원 "공문서가 왜 밖에 있나"
입력2022.12.07. 오전 5:00 수정2022.12.07. 오전 10:18 기사원문
김철웅 기자
허정원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희생자를 월북으로 몰아가고, 관련 군사기밀 등 첩보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를 받는 서훈(68·구속)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 발생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문 전 대통령이 사건 전후로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안보라인 최고책임자였던 서 전 실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내용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지난 9월 시작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검찰은 이 문건을 발견하지 못했고 서 전 실장은 소환 조사 과정에서도 문건의 존재를 함구해 왔다. 법조계에선 이 문건의 출처와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훈 측이 제시한 '1장짜리 보고 문건'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실장 측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 직후 대통령께 보고한 문서'라며 A4분량의 종이 1장을 꺼내들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최초로 대면보고를 받았다고 한 시점이다.
보고 문건에는 ‘이씨가 9월 22일 서해상에서 실종돼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고, 북측이 이씨를 구조할 거라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서 전 실장 측은 이를 토대로 “우리 정부가 취득한 첩보를 종합해 당시 최선의 판단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감청 등을 통해 북측 상황을 파악한 결과 구조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북측은 이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결국 살해·소각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선 서 전 실장의 갑작스런 문건 제출은 '서해 사건' 혐의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과 연관성을 부인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문 전 대통령이 '진실 은폐 및 월북 조작' 의혹에 관여했는지 캐물어왔다. 서 전 실장 측은 “상황 발생 때부터 수 차례 대통령 보고가 있었다고 진술했고, (문건 제출은) 자료를 통해 보고 내용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문건 제출이 서 전 실장에겐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증거인멸 정황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김정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도 문건의 출처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한다. 민간인 신분의 서 전 실장이 대통령기록관에도 없는 대외비 공문서를 갖고 있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 측은 “문건이 외부에 나온 경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며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서 전 실장 측이 공문서를 사후 위조했거나 당시 청와대에서 반출됐을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기록물을 손상ㆍ은닉ㆍ멸실 또는 유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해놨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 측은 “결재가 필요하거나 의사결정 관련된 문건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서 전 실장 측은 구속적부심 신청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구속 상태를 지속할 필요성을 따지는 구속적부심에서도 증거인멸 가능성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관측이다. 중앙일보 보도가 나간 뒤, 서 전 실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문건은 내부 보고 과정에서 입수한 사본으로 위법성이 있는 문건은 아니다"면서 "(이씨가 바다에 표류하던) 2020년 9월 22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에 서면 보고된 문건으로 고인 피격 전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