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동아일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73259?sid=102
[단독]이재명 “오후 6시엔 나가겠다” 버티다…檢 문건 내밀자 ‘당혹’


장은지 외 2명

‘성남시 요구’ 네이버 등 문건 제시하자
李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 몰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10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겠다”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다 검찰이 ‘성남시 요구안’ 문건 등을 제시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전날(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나, 사실상 진술 거부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며 “오후 6시에는 무조건 나가겠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 당시 문건 제시하자 “나는 몰랐다”

이 대표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수사팀이 이 대표가 준비해온 진술서로는 소명이 되지 않는 ‘성남시 요구사항’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자신이 준비해온 답변과 배치되는 성남FC 후원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문건을 수사팀이 제시하자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네이버와 두산, 차병원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만난 이후 성남시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 등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음 본다. 몰랐다” 등의 답변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성남FC 대표에게 “정진상 비서관과 상의하라”고 말한 진술 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가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5년 2~3월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 정진상과 상의해서 모든 걸 결정해라”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발언을 근거로 이 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의 지위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팀이 확보한 문건 등 물증을 전날 조사에서 다 제시하지 않고 일부만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제시한 자료와 진술 등을 보고 당황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며 지지자와 취재진 앞에서는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했지만, 정작 조사에서는 자신이 가져온 6쪽 분량의 진술서에 기재된 내용만 반복해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조사에서도 대부분 “드릴 말씀이 없다. 모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줄곧 “오후 6시에는 무조건 끝내고 나가겠다”고 주장해 수사팀을 당황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 예산 규모를 언급하면서 기업 후원 말고도 성남FC에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정이 구멍난 성남FC에 시 예산을 가져다 쓰려면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성남FC 직원들 월급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단 사정이 열악해 기업 후원금이 다급했다는 구단 관계자들의 진술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업들이 이 대표에게 부지 용도변경 등 부정한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기업들이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냈다는 진술과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후원금을 낸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농협,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개 기업뿐 아니라 ‘대장동 일당’이 연루된 푸른위례자산관리가 성남FC에 낸 후원금 5억 원 역시 뇌물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 이르면 다음주 구속영장 청구


이 대표 조사는 사실상 오후 7시에 마무리돼 오후 10시 40분까지 3시간 40분 가량 조서를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서를 굉장히 꼼꼼하게, 질문 뉘앙스 하나하나 체크하며 장시간 열람한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추가 출석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기업 및 구단 관계자들의 증거와 진술이 충분해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 대표의 진술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다른 의혹과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해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장 청구 여부는 이르면 다음주 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어차피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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