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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방울 키맨 출국 왜 안막았나"…이원석, 수사팀 질책
입력2022.08.31. 오후 2:49 수정2022.08.31. 오후 2:54 기사원문
김민중 기자
검찰이 쌍방울 그룹의 회삿돈 횡령 의혹과 이에 기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수사팀을 질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포함한 핵심 수사 대상 ‘키맨(Key man)’들이 모두 해외로 출국한 걸 두고서다. 왜 미리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검찰 안에선 김 전 회장 등의 출국 직전까지 수사를 이끌던 신성식(사법연수원 27기) 전 수원지검장을 둘러싸고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홍승욱 수원지검장 부임 일주일 후 김성태 출국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최근 홍승욱(연수원 28기) 현 수원지검장 등에게 질책했다. 쌍방울 사건의 키맨이자 회사의 실세(實勢)인 김 전 회장은 홍 지검장이 취임한 지난 5월 23일 이후 일주일가량이 흐른 5월 31일쯤 해외로 출국하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선길 현 회장을 포함한 다른 임직원, 문제의 쌍방울 전환사채 발행·인수 과정에 긴밀하게 자금 거래를 해온 KH필룩스 그룹의 배상윤 회장 등도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왜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미리 해놓지 않았느냐”라며 나무랐다고 한다. 출국금지란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국외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처분이다. 중앙행정기관이나 기타 관계기관의 장은 범죄의 수사를 위해 그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 등을 대상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심사를 거쳐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신 전 지검장에서 홍 지검장으로 수원지검 수장이 변경된 직후 쌍방울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 등이 수사망을 피해 서둘러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 등은 당시 수원지검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 등 수사기밀을 통째로 빼돌린 덕분에 검찰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검찰의 감찰·수사 결과 앞서 홍 지검장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월 24일과 6월 21일, 6월 22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쌍방울 측으로 수원지검의 수사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김 전 회장 등의 출국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장부 등 문서가 파기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수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연루자가 몇 명이든 모두 찾아내 발본색원하라”라고 지시한 상태다.
덤터기 쓴 홍승욱…이재명 중앙대 동문 신성식 책임론도
홍 지검장이 이 후보자의 질책을 대표로 받았지만, 검찰 내에선 홍 지검장의 전임인 신 전 지검장에게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다. 김 전 회장 등이 해외로 떠난 시점엔 홍 지검장이 갓 부임하고 관내 현안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도 버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덤터기를 썼다는 분석이다.
신 전 지검장은 지난해 말쯤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쌍방울의 이상 자금거래 내역을 통보받는 등 수사의 단서를 발견했는데도 불구하고 늑장을 부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관련 사건을 한 부서가 아닌 세 개 이상 부서에 나눠서 배당해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전 지검장이 친 더불어민주당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이 대표와 중앙대 법대 동문인 점 때문에 수사를 주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홍 지검장은 주변에 김 전 회장 등 출국 사태와 관련해 “어느 지검장의 잘못이냐를 가리는 건 국민이 볼 때 구차하고, 어찌 됐든 내가 부임한 이후에 벌어진 일인 만큼 국민께 송구하다”라며 “(어려운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해 수사를 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